인터넷을 몇년쯤 경험해 본 사람이면 이제는 논쟁의 진행과정이 몸에 배어 있을것이다.
어느 곳에선가 큰 논쟁의붐이 일면.
어딘가에서 말을 전해들은. 그러나 뭔가 앞뒤 상황을 모르는 중간 유입자가 끼어들고.
중간 유입자로 인해 만들어진 말이논쟁을 싸움으로 바꾸고.
그러면 언론이 나서서 흥미위주의 보도를 하여 싸움을 부추긴다.그래놓고 기자들은 이렇게 칼럼을 쓴다. "싸우는건 옳지 못하다.."라고.
이쯤되면 사람들은 흥미를 잃고 만다. 왜냐면 내용자체가 짜증나게 변해있으니까. (앞서의 기자들은 밥을 벌어 먹기 위해 또다른 논쟁을 찾아야 하는 시간을 맞겠지만..)
스타벅스 논란에서된장녀까지. 크게 펼쳐진 논쟁이 이제는 정리 시점에 온 모양이다.
지금까지 있어왔던 다른 논쟁이 그랬던 것 처럼. 붐이 사그러들면서 관련글의 수가 급속히 줄고담담한 말투로 사안을 정리하는 글들이 오르고 있으니. 이건 분명 정리 단계이다.
그러나 이쯤에서는 시작에서의 논의는 모두 없어지고 어딘가 이상한 찌꺼기만 남는다.
요즘 오르는 글들은 주로 "나는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데 하나도 부끄럽지 않고 당당하다."를 결론으로 삼는다.
이것 어딘가 좀 이상하다.. 무슨 논쟁이 있었길래 이런 글들이 오르는거지.. 지금까지의 논쟁과는 아무 상관도 없잖아. 물론 나도 스타벅스 커피를 전혀 부끄럼없이 떳떳하게 마신다. 아.. 그럼 맞는건가..?
사실 대부분 많은 인터넷 논쟁이 이런식으로 전혀 엉뚱한 마무리를 짓게 된다.
이런 결과는. 실제로 논쟁이 시작된 시점의 사람들보다. 논의의 인과관계를 모르고 중간에 끼어든 사람이 더 많기 때문에 만들어진다.
처음의 된장녀는 "자기 돈이 아니라. (남자를 이용해 밥과 술 등을 소비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자신의 잉여비용을 이용해) 스타벅스 커피(와 같은 일종의 사치)를 즐기는 여자"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말싸움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논의에 끼어들면서. (논쟁이 아니라) 싸움질을 더 격렬하게 하기 위해 앞의 모든 말을 다 잘라내고 "스타벅스 커피를 사 마시는 여자는 된장녀다"라는 말을 대중에 호도하고 다닌 것이다.
논쟁의 붐이 일게 될 시점에는 중간 유입자들의 분위기가 지배적이기 때문에. 그들의 원대로 진짜 개싸움이 벌어지게 된다.
"스타벅스에서 커피마시면 된장녀냐!" "내 돈 내고 내가 마신다는데 뭔 상관이냐!" "남자들은 더 비싼 양주도 마시잖느냐!"와 같은 대립적 논의가 나타나는 것인데.
이미 "남자들은 더 비싼 양주도 마신다"는 반론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된장녀 논쟁이 완전히 변질되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혹시 여기에서 말한 남자가 여자친구에게 생활비를 착취하고 그로인해고스란히 남는 자기 돈으로 양주를 사다 마시는 사람을 일컫는 것이라면 뭐 맞는 반론이겠지만... 그런 x새끼는 신문에도 가끔밖에 안나올 만큼 희귀하니 그런 인물을 예를 들어 주장한것 같지는 않다.
"스타벅스에서 사치하는 여자는 된장녀"라며 앞뒤 문맥 다 자르고 이해한.아무것도 모르는 중간 유입자가 된장녀 논란에 의견을 피력하고. 또 다른유입자가 그에 대해 반론하고. 그게 또 반복되고..
결국 내용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싸움을 위해 온몸을 바쳐 더 큰 개싸움을 만드는 부정적인 확대 재생산이 일어나는 것이다.
분명중간 유입자들은 싸움을 원하는 대로 이끌었다. 평범한 권투를 무규칙 격투기로 바꾸었으니 이정도면 성공이다. 게다가 언론은 권투 중계보다야 K-1 중계가 돈이 더 잘벌리기 때문에 고맙기 짝이 없다. 이제기자나 칼럼니스트도 얼씨구나 끼어들게 된다.
결국 마무리 시점에서는 얼토당토 않은 결론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지금의 상황도 그렇다. 도대체 왜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면 된장녀일까.. 진짜 그럴까?전혀 아니다. 잘못된 중간 논쟁의 결과가 만들어낸 터무니 없는화제이다.결국 이상한 마무리 글들만 오르는 것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처음 된장녀를 비판한 사람들도. 처음 그들에게 반론한 사람들도. 지금의 된장녀 논쟁에는 당황스럽지 않을까.
논쟁에 끼어들때는 처음 시작이 무엇이었는지를 이해하기 전까지는제발 발끈하지 좀 말자.
남자를 그저 지갑으로만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아무도 당신을 된장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의 비용으로 스타벅스 비용을 마련하는 사람이라면 아무도 당신을 된장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리 뉴요커의 삶을 동경해도 생각있는사람이면 아무도 당신을 된장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도대체 누가 이 수많은 블로거들을된장녀라고 생각한다는 거지?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건 완전히 똘아이거나!!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인물일게다...


Trackbacks  |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