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토론'
 
그냥 토론도 아니고 '대토론'이란다
'크다' 할 때, 그 '大'이다
 
글쎄다
언제나 토론 프로그램이란 그러하지만
영양가는 없다
 
정말 크고 영양가 없는,
마쉬멜로우 찐빵 유령 같은,
'대토론'이다
 
많은 토론을 하고 나면 무엇이 바뀌는 것일까
몇 가지만 귀 기울여 들어 보기로 했다
 
매우 똑똑해 보이는, 그리고 좋은 교육만을 받았을 것 같은 연세대 학생 패널이
또박또박, 그것도 꽤나 아나운서 같은 말투로 멋지게
모두 맞는 말만 골라서 한다
 
솔직히 100점짜리 대학생인 듯 싶다, 게다가 덕분에 약간은 배알도 꼴린다
그러나 그게 문제다, 역시나 대한민국 100점짜리 학생의 말만 골라서 한다는 것이다
결국 나오는 말을 다 들어 보면 이렇다
 
의사, 판검사 양성 교육이 아닌 재능을 키우는 교육이어야 한단다
그리고 그에 맞게 평가 방법이 바뀌어야 한단다
 
옳다, 역시나 맞는 말 뿐이다
그렇다면 재능을 적절히 개발한 학생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는 사회가 만들어졌다고 치자
이제 서울대가 없어졌는가, 또는 사회 계급이 사라졌는가,
 
이제 우리는 이 사회에서 단지 등수를 바꾸어 놓았을 뿐이다
암기를 잘하는 국영수 일류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고
그저 생활경제 일류, 기술가정 일류 등이 여럿 더 생겨났다
(물론 지금 학벌 서열보다야 이쪽이 좀 더 합리적이긴 하지만,,)
 
난 어려서부터 그리고 지금까지도 계속,
학생의 재능을 증발시키는 대한민국 교육제도를 꽤나 경멸했다
그러나 그들의 재능을 찾아 주는 것만이 해결은 아니다
 
결국 서울대에 들어가는 것은 그 중 국영수 일류이고
인생에서 상위 계급이 되는 학생 또한 서울대 졸업생이다
 
사회적 보상이 국영수에 몰려 있다면
재능을 개발하고 높은 평가를 해 주어야 무슨 의미가 있는가
 
'나는 고등학교 때 세탁학 일등이었어,
게다가 국내 최고 권위의 세탁 대학에 입학해서 4년 내내 장학금도 탔지,
대통령 세탁 훈장도 받은 적이 있어!
그래서 지금은 국내 최고의 세탁기술자가 되었고,
다만 한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말야,
국영수 2등급이었던 친구 녀석은 그럭저럭 연세대에 갔는데 나보다 연봉이 조금 많더군
국민연금을 내 두 배로 낸다나 봐,,'
 
참으로 옳은 말만 주고 받은 토론이 낳은 결과라면 생각보다 잔인한 것이 아닌가
 
난 사실 개인적으로 재능 위주의 평가가 더 유리한 입장이지만
겉으로 등수만 일,이만원어치쯤 올려 주는 것이라면 애당초 시작도 말기를 바란다
 
일류 세탁소 주인이 그냥 세탁소 주인과 다른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부실한 제도를 만들고 나면 늘 생겨나는 정치적 시점이 하나 있다
'그래도 뭔가는 했으니 잠시 손 떼자'는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한 때 이런말이 있었다
'뭐든 하나만 잘 하면 대학 간다'
 
그러나 그 뒤엔 누군가 꼭 한 마디를 더 따라붙였다
'뭐든 하나만 잘 하면 (전문)대학 간다'
 
허튼 수작일랑 처음부터 하지 말라
'ACME 동산의 세미'와 같은 지식인이 한국엔 지나치게 많다
 
패널들의 토론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면서
열을 내며 토로하던 한 방청객의 한탄이 가슴에 서리고야 만다
 
옳은 말만 하는 연대생,
그가 기분 나쁜 건, 그가 단지 잘 생기고 똑똑한데다 언변도 좋다는 것 때문이다(한 번 웃자 ^^)
 
그러나 그를 대상으로 비유하고 싶었던 건 잘 배우고 잘 떠들어 대는 수많은 교육 관련자들이다
 
고학력, 고학벌에게 주어지는 보상이 진정 그들의 합당한 능력 때문이라면
학벌주의는 결코 문제시할 주제가 아니다
어쩌면 권장해야 할 발전의 문화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능력있는 학생이 서울대에 갈 수 없다는 것
이것이 대한민국 교육의 문제인 것이다
 
하나 덧붙이자
당신은 교육부 장관을 시켜 준다면 하겠는가
 
나는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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