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아니 어제는) 자격증 시험인 기사 필기시험이 있었다
 
내가 시험을 치른 것은 아니고 그러한 날이었다는 것이다
올해의 첫 시험이니 1회 시험이다
 
워낙 이쪽에 오래 관여했던 터라(산업인력공단 직원은 아니다)
이 쪽에 관한 노하우가 꽤나 많다
 
강사 아르바이트에, 과외에, 내가 치른 시험도 몇 되니
겪어 온 기간만 해도 수 년이다
 
그러다보니 워낙에 산업인력공단에는 불만이 많다
 
한 예로,
입실 시간이 참으로 문제다
실제 입실은 1시, 그러나 시험은 그보다 한참 뒤에나 시작이 된다
시험 준비와 설명 시간 말고도
감독 위원의 회의 시간마저 수험생이 대기해야 할 시간에 포함된다
게다가 시험 설명이 끝나고 나면 휴식 시간마저 준다
결국 입실을 해도 3,40분은 기다리고 나야 시험을 치를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산업인력공단에서는 지각을 한 수험자는 절대 들여보내지 않는다
실제로 안에서는,
시험은 커녕 감독관의 준비도 채 끝나지 않았음에도
수험자는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매 시험마다 이렇게 돌아가는 수험자가 열명 남짓 꼭 있다
 
반면에 대한상공회의소의 자격증 시험은 그다지 까다롭지 않다
시험 환경도 좋은 편이고
(산업인력공단은 고교 기말고사 수준, 상공회의소는 토익 시험 수준이랄까)
시험 방식도 수험자를 배려했음이 보인다
 
산업인력공단 시험은 기다리는 시간동안 공부도 할 수 없다
시험 시작 30분 전쯤이면 모든 책을 가방에 넣어 앞으로 빼 버리기 때문이다
말그대로 넋 놓고 기다리는 것이다
 
그러나 대한상공회의소 시험에서는
감독관 회의가 모두 끝나고
곧장 시험을 시작할 수 있는 준비가 다 되고 나면
그제서야 수험자에게 시험 준비를 요구한다
 
하나하나 열거할 수는 없지만
산업인력공단 시험과 대한상공회의소의 시험을 모두 치러 보고 나면
둘의 차이를 극명하게 느끼게 된다
 
부정행위 방지와 전혀 무관한 것에도
산업인력공단 시험은 무척이나 행정편의주의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덧붙여,
기사(특히 정보처리기사) 시험을 치르는 몇 가지 노하우를 적고자 한다
공부 방법은 아니다, 시험장에서의 요령이다
 
우선 시험 시작 직전의 시간을 마음껏(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멋대로) 써야 한다
시험 전에 앉아서 기다리는 시간이 족히 30분은 넘는다
토익 시험은 대기 중에 인적사항이라도 기재하지만 기사 시험은 그나마도 못한다 
그러니 감독관의 지시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 좋다
앞뒤 안 맞고 고리타분한 지시를 많이 한다
심지어는 부정행위 규정을 조목조목 다 읽는다
귀를 막고 공부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게 좋다
게다가 감독관의 설명이 끝나면 휴식 시간을 준다
감독관이 계속 귀찮게 했지만 결국 시험과 단절된 행동만을 한 것이다
처음부터 아예 복도에 나가 공부하고 있다가
시험 시작한다는 말이 있을 때 들어가는 편이 좋다
(그러나 눈치가 빠르지 않은 사람은 그렇게 하지 말기를 권한다
자칫 신분증 검사와 같은 중요한 타이밍을 놓칠 수도 있다)
어쨌든 시험지가 책상 위에 올려지기 전까지는 그 어떤 것도 부정행위가 되지 않는다
 
또한 시작부터 속도를 내야 한다
집중도는 한숨 소리가 들리는 시점을 보면 알 수 있다
시작 후 40분쯤 흐르고 나면 숨소리가 커진다
그 때쯤이면 아는 문제는 다 풀고 모르는 문제를 찍기 시작하는 때이기 때문이다
기사 시험은 마라톤과는 반대다
처음에 피곤해도 속도를 내야 한다
어차피 아는 문제는 40분 안에 다 풀게 된다
그 이후에는 알 듯해도 사실 다 모르는 문제이다
집중도가 유지될 때 아는 문제를 모두 풀어 놓으면 이미 당락은 결정된 것이다
그 다음부터는 추측이 몇 문제나 성공했는가에 달렸다
게다가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아는 문제를 끝내고 나면
씩씩거리는 숨소리도 별로 거슬리지 않게 되는 부효과를 얻을 수 있다
공학 과목 위주인 기사 시험의 특성상 아저씨 분위기의 사람들이 많이 온다
여자들은 종종 옆 자리에서 나는 숨소리가 거슬릴 때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모르는 문제를 푸는 동안에는 중복된 문제를 찾아야 한다
기사 시험에는 늘 중복된 문제가 출제된다
앞에서 풀었던 문제를 뒤에서 다시 보게 되는 것이다
서로 같은 문제라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연관성이 있는 문제가 몇 문제 출제된다
예를 들면,
다음 중 자료구조가 아닌 것은? 스택/큐/트리/TCP
다음 중 후입선출인 자료구조는? 스택/큐/환형큐/트리
한번 보자
두 문제 다 모르는 문제라고 해도 아래의 문제 덕분에 윗 문제는 힘 안들이고 답을 알게 되었다
아래 문제에서 보기로 자료구조를 나열해 주었으니 윗 문제는 TCP가 답일 수 밖에 없다
이런 식이다
실제로 저런 우스꽝스러운 문제는 없지만
중요한 점은 중복된 힌트가 반드시 몇 군데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자격증 시험은 모두 요령이다
실력과 상관없이 요령으로 치러지는 기사 시험을 보면 사실 한심하기 짝이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나
기출 문제를 모두 외우라는 것이다
그것이 요령을 터득하는 길이다


Trackbacks  |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