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담배 물던 시절의 인터넷 생활 습관이 남은 터라
종종 인터넷에서 토론방을 찾아 헤메이고는 한다
 
그런데 요즘은 도통 토론방을 찾을 수가 없다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의 토론방을 들어가 보자면
제 할 말만 하고 싫은 건 욕으로 엮어 버리는 글이 난무한다
정작 잘 썼다 싶은 글은 화면 뒤로 금새 사라지고 만다
욕이 좀 섞이고 싸움이 붙어야 댓글이 붙어 화면 앞 쪽에 자리잡게 마련이다
그래서 사실 '토론'은 없다
 
난 '옳고 그른 것'과 '좋고 싫은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을 개인적으로 싫어한다
(좋은 게 좋다는 게 문제는 아니다, 다만 제가 좋다고 옳은 것이라 말해서야 쓰겠는가)
그래서 토론방에 거주하는 것에는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그렇다고 진짜 토론을 목적으로 한 사이트를 찾자면
한달에 한둘쯤 글이 오르는 게 고작이고
사람이 많은 사이트는 얼마 지나지 않아 곧장 유머 게시판이 되고 만다
 
종종 대학교 홈페이지의 토론방을 들르고는 하는데, 이곳은 좀 나은 편이다
가끔 이 얘기 저 얘기 진지하게 몇 번 정도는 주고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도 집단을 표방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바,
주기적으로
'애교심을 가져야 하네', '그래도 본받을 건 본받아야 하네' 하며
'정크 푸드 싸움'이 게시판을 가득 채우게 된다
 
사실 게시판을 통해 한국인의 민족성도 살짝은 엿볼 수 있다
일본 얘기가 나오면 어쩜 그렇게 똘똘 뭉치는지
게시판이 하나 같이 비판은 없고 동조뿐이다
그러나 그래봐야 이것도 붉은악마 티셔츠처럼
조만간 걸레가 되고 말 것이라 짐작한다
게다가 언젠가부터 짐작은 확신이 되고 말았다
 
한국인은 '맞고 틀린 것'보다 '좋고 싫은 것'을 먼저 따진다
토론방도 논리를 위한 것이라면 그다지 재미도 관심도 없다
열 올릴 주제가 생기면 그제서야 글을 쓰는 데 관심이 생기는데,
단지 내가 글을 쓰기 위해서 남의 글을 읽는 것 뿐이니
이런 단방향성이 토론은 아닌 게다
 
요즘 한창 '또' 반일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데
나도 공격당할 말이나 한껏 해보자
 
일본은 논리를 세우기 위해서 억지라도 쓴다
그런데 묘하게 한국은 변호사 앞에서도 감정이 먼저다
 
그다지 재미없는 토론 나라임에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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