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바꿔 보면 '텍스트부키즘',
생각보다 웃긴 단어가 된다
 
그러나 그 실체는 실로 막강하다
 
이것은 교육적 목적을 가지고 생겨난 표현을
마치 진리와 같이 인식하여
비판없이 아무 곳에나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아무리 힘들어도 꿋꿋이 살아가는 사람이 성공한다'
 
성실한 사람이 되어 살라는 뜻으로,
일종의 계도를 위한 거짓말이다
말하자면 (좋은 의미의) 얕은 협박이다
 
물론 좋은 의도이고 바람직한 교육이다
절!대! 사라져서는 안 될 교육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제 이런 것이 통하는 시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긍정적 교육을 폄하하는 게 아니다
(안타깝게도) 세상이 변했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러한 것은 '교!육!'으로만 쓰여야지
사회적 합의의 '근!거!'로 쓰여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여전히 토론 중에 교과서를 지향하는 사람이 있다
좋은 말로 포장해서 주장하면 마땅히 더 지지받아야 하고
그만큼 자신의 근거가 정당해진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이를테면,
'따뜻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면 학교폭력도 저절로 없어질 것이니 굳이 강한 처벌은 말자'
와 같은 주장 말이다
 
물론 옳은 말이지만
'따뜻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학교폭력은 눈 녹듯 사라진다'라니,,
차라리 산타를 믿고 말겠다
 
그러나 여론은 대부분 나와 같은 비관론자를 더 배격하고 싶어 한다
결국 강제적인 선도는 이루어지지 않고 학교는 폭력이 난무한다
'교과서주의'가 승리한 셈이다
 
또 한 예로,
'열심히 사는 사람은 성공한다'는 명제도 있다
 
틀린 말은 아니나 맞는 말도 아니다
성공한 대부분이 열심히 산 사람이라는 것 뿐,
반대로, 열심히 산 사람이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닌 게다
 
무슨 소리냐 싶겠지만
1학년, 그것도 3월 초쯤이면 배우는 수학 기초 단원만으로도
위의 난해함을 해결할 수 있다
 
명제, '열심히 살면 성공한다'의
'역'은 '성공한 사람은 열심히 살았다'
'이'는 '열심히 살지 않으면 실패한다'
'대우'는 '실패한 사람은 열심히 살지 않았다'
이다
 
'역'과 '이'의 진리가 명제의 진리와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
명제의 참, 거짓은 '대우'의 진리에만 관련이 있다
 
역시나 열심히 산다고 다 성공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사회는 열심히만 살면 다 성공하는 것 처럼 포장해
부의 분배에 신경을 덜 쓰고 싶어 한다
또다시 '교과서주의'의 승리이다
 
그런데 '교과서주의'에는 매우 커다란 난점이 있다
논지로 쓰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말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그렇게 말 해 주는 걸 '더' 좋아한다는 것이다
결국 '근거'는 없지만 '지지'는 막강한 명제가 된다
 
사실 사회적 합의는 그 '교과서주의'를 매우 많이 반영한다
 
이것이 치명적인 '교과서주의'의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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