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는 꽤 많은 류의 대립이 있다
그 중, 있는 놈과 없는 사람과의 대립도 자주 화자되는 주제이다
게시판에는 종종 갑부들의 소비 행태에 대한 비판이 등장한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번 돈을 내 맘대로 쓰는 것'이니 비난받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소비에 대한 위화감도,
그 속을 들여다 보면 결국 벌지 못한 자의 시기 아닌가
 
다수 정의주의,
이것이 사회적이고 일반적인 비판이 가지는 한계다
 
그러나 수천만원짜리 차를 끌고 다니는 어린 친구들을 보면
나도 그들을 맨바닥에 끌고 다니고 싶을 때가 있다
실제로 나는 주로 가진 자를 비판하는 편이다
 
이것은 왠 모순인가?
 
사실은 결코 모순이 아니다
 
자신의 재산을 임의대로 처분하는 것은 전혀 잘못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여기에 다른 요소가 더 결합되기 때문에
지나친 소비를 비판할 요건이 생긴다
 
'내가 번 돈 내가 내 맘대로 쓰는데!'
맞는 말이다
 
문제는,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환경에서는)
그 돈이 '내가 번' 돈이 아니라는 것이다
 
가진 사람이 되는 데에 (또는 많지 않은 돈이라도 그 돈을 버는 데에)
개인이 한 기여보다 사회가 해 준 기여가 훨씬 크다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 사회을 비롯한 현대 사회의 특성이다
그러니 사회의 기여도 만큼은 함부로 소비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젊은 대기업 간부가 많은 돈을 벌었다' 치면
그건 그 사람이 잘나서가 아니라
우리네 아버지가 수십년간 회사에 인생을 바친 덕이고,
내 부모님께서 그의 부모보다 교육비를 적게 쓸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며,
현명한 사람은 정치에 참여할 수 없도록 잘 방어해 준 국가의 덕이다
 
전적으로 '내가 번' 돈이 아니라면
'내 맘대로 쓴다'는 데에도 문제가 있지 않겠는가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부의 세습과 부의 불합리한 분배를 구조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역시나 그들을 마음 놓고 비난해도 될 것 같다
 
덧붙여,
뉴스에 등장하는 큰 사건이 아니더라도
과시를 목적으로 (또는 그저 만족만을 목적으로) 행해지는
요즘의 소비 역시 문제가 있다
 
열심히 벌어 마음껏 쓰는 떳떳한 젊은이들이라 해도
스스로의 노력만으로 돈을 벌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회가 밀어내 준 경쟁자도 매우 많지 않은가
 
물론 전혀 노력없이 사는 사람들도 있지만
환경적 요인 때문에 자연히 하위 소득에 속해 버린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
 
그러니 젊은 친구들의 소비 행태도
한번쯤 비판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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