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는
발뺌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책을 세우기 싫어지면
어김없이 하는 표현이 있다
'과도기'
 
이럴 때 종종 대어 놓고 넘겨버리기 위해
나는, '과도란 과일 깎는 칼이고'라며
우습지도 않은 농담으로 논제를 흐려버린다
 
글쎄,,
어떤 흐름에 과도기가 존재한다는 것에는 부인할 바 아니나
너무 흔히 쓰는 발뺌용 용어인 '과도기'에는 문제 있다
 
과도기 현상을 따지고 들자면
급변하는 시대에 모든 현상이 과도기로 치부되어
대책이 필요없을 터,
 
그냥 되는대로 살자는 말이 아니라면
서투르게 과도기 운운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을 볼라치면,
우리의 사회 문제를 꺼내 놓고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해외 사례를 들춰보는 것이다
 
해외 사례를 통해 국내를 짐작하는 것,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자신이 주장하는 정책을 위해
해외 사례 흘겨보기가 시작되는데,
이때, 과도기의 위상이 드높여진다
 
보기 좋은 해외 사례는 모조리 긁어 모으고
듣기 싫은 사례는 한국 사회가 과도기이니 상황이 다르다면 그만이다
 
이와 같은 행태는 비단 정책 토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게시판에서도 종종 이러한 지식인이 맹위를 덜치곤 한다
 
워낙에 '정답 없는' 교과서 달변만 쏟아 놓으니 비평도 할 수 없지만,
애당초 '과도기'라는 말이 모든 사회 과제를 묻어버릴 수 있는 좋은 표현 아닌가
 
혹시 피해갈 수 없는 문제 지적이 있으면
답변을 준비해 두라
'아직은 과도기이니 문제가 있지만 조금 지나면 좋아질 것'이라고,,
 
아무도 손댈 수 없는 문제로 만들어 버리고자 애쓴다면
'과도기' 만큼 적절한 것이 또 있겠는가
 
덧붙여,
 
우리 인생은 한 시도 빼놓지 않고 과도기에 있지만
문제를 해결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은 한 순간도 없다
 
명심하시길,
믿어도 좋다


Trackbacks  |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