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은 주장을 할 때 자기편을 많이 만들 수 있는 노선을 택하는 경향이 있다
상대하기 유리한 쪽으로 태도를 정해 가세한다는 뜻이다
 
본인의 의지가 명확한 주장이더라도
듣는 사람이 받아들이는데 더 호응이 있을 법한 방향으로
근거를 돌려가며 슬슬 결론을 끌어가기도 한다
 
이것을 토론 능력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지만
나 같은 경우는 결코 내켜하지 않는 모습이다
 
나의 주장이 결단코 옳지 못함이 증명된다면
토론에서 져야하는 것이 마땅한 일인 터,
그러고 나면 나는 내 주장을 반드시 바꿔야 함이 옳다.
 
이것이 토론에 참여한 사람이 가져야 할 바람직한 자세이다
 
토론에서,
내가 태도를 바꾸더라도 결론 만큼은 내 쪽으로 기울게 만들겠다는 생각이나,
내가 반을 접어주더라도 합의를 통해 결코 지지는 않겠다는 태도는,
돈 안 걸고 도박하겠다는 심보와 다를 게 없다
 
하여, 나 같은 경우는
이기기 위해 토론하지 않고, 다만 진리를 위해 토론하고자 애쓴다
 
또는 이런 경우도 있다
논리로는 안되니 들러붙어 상욕을 섞어가며 비난하는데
듣는 상대도 열이 올라 맞욕을 해대면
그 즈음에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그 대화를 지켜보는 시점이 되기 마련이다
 
그쯤 되면,
제가 먼저 시비를 붙어 놓고는 상대의 태도를 꼬집으며 인격을 비난하기 시작한다
물론 저의 태도는 어느새 수그러져 있고 말이다
이도 자기편을 많이 확보하는 또다른 방향으로 흔한 일이다
 
실제로 인터넷 게시판에 상주하다 보면 별의별 경우를 다 목격하게 되는데,
실로 옳은 주장을 하는 사람이 우세를 점하기는 쉽지 않다
 
우선 정당하고 맞는 비판을 골라 쓴 글은,
애당초 반박을 할 수 없으니 답글이 붙지 않을 뿐더러
당연한 말인지라 관심 밖으로 밀려 게시판 뒤로 금새 사라지고 만다
 
허나 반대로, 조회수가 급상승 하는 글은 둘에 하나인데
아주 심한 억지 주장에 잡글이거나,
모든 이의 이익과 행복을 아울러 주장하는 즉, 자기편을 많이 많드는 글이다
 
이래저래 모든 이의 주장을 섞어친 글은 대부분 매우 큰 인기와 호응을 얻으며,
게다가 참으로 인격적인 우대마저 받는다
 
그러나 이러한 글은
서로 양보하고 화해하고 행복하게 잘 살자는 요지를 담고 쓴,
모든 이를 내 편으로 만드는 매우 아름다운 글이지만
그 논지는 결코 토론의 결과물로는 부적합하다
결론을 내지 말자는 것을 결론으로 가지는 글인 게다
 
물론 결론을 내지 않고 서로 행복할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다
그야말로 참으로 좋겠지만,
그런 결과가 가능하다면 토론이라는 것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
 
'양쪽 모두 양보하고 화해하고 서로 잘 지내면 좋잖아요'라며 마치 천진난만한 양 글을 쓰지만
논쟁이란 누군가의 직접적인 권익에 관련해서 생겨나는 것이 보통인 터,
양쪽 다 잠자코 있어 논쟁이 수그러들면 이득을 보는 한 편이 생기게 마련이다
때문에 웃으며 손 내미는 화해 무드는, 칭찬받으며 이익을 침탈하는 기득권의 주요 논쟁 방식으로 자주 쓰인다
그것이 아니면 양쪽 이익에 전여 관여되지 않은 편에서 싸움이 보기 싫어 말리는 글일 수도 있다
어찌됐든 직접적인 논지와 입장을 가진 일차적 토론자는 결코 '우리 서로 이해하고 존중해요~ 예~? 예~?' 따위의 말은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좋은 사회를 만들자는 구호는 예전부터 있어 온 교과서가 아닌가
표면적으로는 '서로 존중하고 점차(과도기 없이 점차) 개혁해 나갑시다' 이지만
결국 모든 이가 좋아하는 칭송 속의 그 주장은,
현실을 직시하면, 사회는 그저 이 자리에 두고  받아들이기를 좋게 하라는 내용이 대부분인 것이다
 
사람은 똑같은 절반씩의 장과 단이 있으면,
이왕이면 좋은 쪽을 믿고 싶어한다
이것이 토론 속에서 청중의 선호도를 결정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나,
그러나 이것은 오히려 발전적인 면에서는 좋지 않다
 
합의라는 것은 논쟁 중인 토론자가 하는 것이 아니라
토론이 모두 끝나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모두가 결론 난 후에
해결자의 역할에 들어서면 그때에야 비로소 할 수 있는 게다
 
나는 토론을 매우 신성시하며, 대화 속의 논리를 매우 중요시한다
내가 틀렸다면 고치는 것이 마땅하고, 내가 맞다면 타협하지 않아야 옳다
합의는 대화를 통해서 할 것이며, 토론은 결론를 얻기 위해 해야 할 것이다
 
토론에 한 마디라도 내뱉어 참여한 이상,
참여자는 자신의 의지를 확고히 하여야 하고
이기기 위해서 말을 바꾸거나 유연성을 보여서는 안되며
내가 틀렸음이 증명되었을 경우, 단칼에 내 자신의 오류를 잘라내야 한다
 
그러나 현대에는 그리하지 못하는 사람이 지나치게 많은 듯 싶다
 
나도 아직 명백한 철학자는 되지 못했으나
철학하고 또 더 사유하여 어리석지 않기 위해 애쓰는 바이다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한 대화라면 그건 장사꾼이 해야 할 일이고,
철학자의 도리라면 무엇이 할 일이고 말 일인지 알기 위해 대화해야 하는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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