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말초적 문화라는 것이 고려 만방에 퍼졌다
 
밤에 소설을 끄적이다 늦게 잤더니 대낮에 잠이 깨었다
 
헌데 TV를 켜자 마자 나오는 방송이라는게
일본 동물원의 원숭이가 개를 키우는 이야기였다
오늘이 무슨날인가 했더니 3.1절이더라
 
그런가보다 TV를 계속 시청했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TV를 켜면 죄다 드라마 재방송 아니면 월드컵 방송이었다
이가 문제라는 것이 아니라 도대체 3.1절은 어디 갔느냐 말이다
 
민족 역사는 둘째치고,
그나마 재미난 머털도사 한번 안 해주면서 내용은 죄다 월드컵인데,
방송국은 돈 벌이에 신이 났다
 
헌데 뉴스를 보았더니 3.1절 꼭짓점 댄스라고
청계광장에 모여 태극기를 온몸에 휘감고 춤사위를 펼쳤단다
이미 국민들마저 재미를 찾아 나섰다
 
언제인가부터 우리 세대에게 모든 행동은 놀이일 뿐이다
네티즌이라는 이름만 붙이면 모든게 국민의 뜻이고 행동이니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데 그 누가 어쩌랴
 
개중에는 태극기를 망토마냥 둘러감은 외국인도 드문드문 보이는데 사진 제목이 가관이다
'꼭짓점 댄스에 국경은 없다'
그 외국인 청년이 3.1절이 무엇인지나 알고 들썩였을까
신이 나 보이니 옆 집에 놀러와 함께 즐기는 외지인에게 무슨 잘못이 있으랴
이게 제삿날인지 잔칫날인지 모르고 떠드는 철없는 우리집 자식들이 문제다
자식 교육 잘못시킨 집안 어른이 문제다
 
언제부터 조선땅에서 3.1절이 축제일이었던가
내 땅 하나 찾아보겠다고 목숨걸고 시위를 펼친 날이다
 
앞으로는 5월 18일 광주에 모여 춤이나 한바탕 추면 될 것이고
할아버지 제삿날 친척들이 많이 모일 터이니 부어라 마셔라 질펀 즐기면 될 일이다
무얼 하든 결과적으로 즐겁기만 하면 되는 세대 아닌가
 
월드컵 좋다
경기에 이기면 더 좋다
허나 왜 아무곳에나 월드컵 이름을 붙여 마냥 신나지 않으면 못 견디는가
세월이 바람직하지 못하여 답답하고 무료하고 지리한 인생을 보내는 것 나 또한 잘 아는 일이다
허나 왜 무엇이든 다 즐거운가
 
신라와 고려가 관련이 없고 고려와 조선이 관련이 없듯이
이제 조선과 대한민국은 관련이 없는 것인가
 
사실 좀 더 정확히, 좀 더 솔직히 말해,
우리 민족과 우리 네티즌들의 마음속에 대한민국은 이제 없고 코리아만 있다
오늘의 사소한 일을 보고 하는 말이 아니라 지금까지 줄곧 우리 민족을 보아온 바,
진심으로 하는 말이다
 
아버지 제삿날 챔피언을 얻었다고 치자
기쁠까,
슬플까,
 
정말 값진 승리를 얻은 선수였다면
감격은 할지언정 술 처먹고 환호하지는 않을 터이다
 
덧붙여,
월드컵 응원으로 꼭짓점 댄스를 보이는 것에 개인적인 반대는 없다
단체적인 움직임은 그것이 무엇이든 응원에 효과가 있는 것이 틀림없으므로,
분명 외국인의 눈에 대단한 결속력으로 보이기는 할 것이다
물론 우리도 재미가 있을 것이고,,


Trackbacks  |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