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은 먼 곳에' - 전쟁이 아닌, '삶'의 이야기.


순이는 얼굴엔 심지어 슬픔마저 보이지 않았다.
모 광고의 계란 그 자체..

영화에서는 상처도 아픔도 아무 것도 느낄 수 없었다.
모든 감정은 줄거리를 통해 관객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러나 덕분에 소설을 읽는 듯한 재미가 있다.

(영화를 못 본 사람은 아래를 읽지 마세요.)


'니 내 사랑하나?' '니 사랑이 뭔지 아나?'

순이는 대답하지 못한다.
그리고 남편은 월남으로 떠난다..

'사랑한다고 말할 걸 그랬지. 님이 아니면 못산다 할 것을.'
'사랑한다고 말할 걸 그랬지. 망설이다가 가버린 사람.'

필사적으로 남편을 찾아나선 순이가 중대장의 헬기에서
영화의 제목과 같은 노래를 부른다.
마치 남편의 물음에 하지 못한 대답같다.

이 때까지만 해도 순이의 여정이
남편을 찾아가 미처 못한 말을 전하기 위한 것인 줄 알았다.

그러나 결말에 다다라서는 그 예상이 맞았는 지 틀렸는 지 조차 모호해졌다.

미군 중령에게 몸을 던지면서까지 남편을 찾는 순이의 집념은
사랑을 전하기 위한 간절함과는 달랐다.
오기라거나 신념, 의지 따위..

무엇을 하는 지도 모르고 마지막 스테이지까지 맹목적으로 깨나가는 게임 마냥
순이는 단지 그것이 유일한 갈 길이기 때문에 남편을 찾는 것으로 보였다.
당위성이나 개연성은 없었다.

순이로부터 들을 수 있는 말은
'찾아야 돼.' ... 뿐이었다.

그러고보니 순이는 남편과 행복했던 시간도 없었고,
시댁과 친정에서 모두 내쳐져 의지할 곳도 없었다.

순이에겐 그저 해야할 일만이 있었고 그것이 숙명이었던 게다.
그녀의 오기는 빠져나갈 수 없던 삶에 유일하게 터 있는 길을 걷는 지극히 평범한 절차이였다.
그리고 순이는 결국 남편을 찾아 몇차례 빰을 후려치고는 그 여정을 끝냈다.

그러나 아직도 여전히 순이가 남편을 찾아간 이유를 모르겠다.
도무지 개연성을 얻어낼 수가 없었다.
도대체 '왜' 남편을 그렇게 필사적으로 찾아갔을까.

순이가 속한 밴드의 이름인 'Why not ?' 을 통해
그 대답을 들을 수 있을 뿐이다.


덧붙여,
영화의 연출은 꽤 좋았다.
그리고 순이역의 수애 분이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어딘지 캐릭터의 감정에 이입이 잘 되지 않아
느낌이 명확하게 오지 않는 모호한 부분이 있지만
줄거리에 비해 지루함이 없고 구성이 깔끔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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