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마한 가게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이라고 하는 것..
시작하면 그 다음부터는 확률에 몸을 맡겨야 한다.
그래서 사업은 있는 집 자제들이 하기 좋은 일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누구나 사업가를 꿈꾸기 시작했고
사업은 원래 남의 돈으로 하는 것이며 뒷일은 지금 생각할 게 아니라는 풍토도 자리잡았다.
'다 좋자고 하는 일인데 사업이 잘되면 모두가 좋은 것 아니냐'며 자연스럽게 내바른다.
우리는 이제 미국의 결과론적 가치관을 있는 대로 흡수해서 도전을 숭배한다.
그러나 그 안에는 쪽박차서 모두가 힘들어져도 좋다는 뜻이 담겨 있지 않은가.
모르는 척 하지만 우리는 이미 다 알고 있다.

결혼은 개인이 아니라 집안의 문제라고 잘도 말하면서
사업은 해보고 싶으면 반드시 해봐야한다는 사람이 많다.
결혼은 가족에 대한 책임감으로 사업은 나에 대한 용기로.. 어딘가 자리가 바뀌었다.
차라리 결혼을 마음대로 해라. 용기도 책임감도 세트로 없는 인종들..

가장 큰 문제는 주변에 서식하는 결과론자들에게 있다.
사업에 성공한 사람에게 있는 대로 박수치고 경탄하며 추겨세우고
사업에 발을 담글 환경이 못되는 사람을 용기 없다고 폄하하는 인간들.
그들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가족들 돈 다 끌어모아 주식에 목숨 걸고 성공한 사람이다.
실패하면 등신 되는 거고.. 성공하면 '얼마나 많이 준비하고 확신에 찼으면 저렇게 했겠어. 대단한 사람이야.'라는 말을 듣는 것이다. 사실은 똑같은 사람인데..

그러나 바람직한 사회라면 동양 철학의 드높은 가치를 견지해서
결과보다 과정을 더 중시해야 하는 것 아닐까?

저런 사람들 때문에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도전하지 않는 놈이 등신'이란 말을 입에 담으며
섣불리 내지르고 꼬꾸라지는 게다.

이건 국가적 가치관의 문제다.
남의 돈으로 사업해서 성공하면 내 덕이고 실패하면 배째면 된다는 가치관.
이게 다 사회 곳곳에 들어앉은 결과론자들이 만들어낸 분위기이다.

그럼에도 가족의 행복을 담보 잡고 사업을 하고 싶다면
진실한 친구들 모두에게 승인을 받아라. 성공할만한 아이템인지..

나도 답이 아닌 걸 알면서 조직에 따르느라 해야할 걸 못하는 직장 생활이 싫다.
세상에 누가 자기 사업을 하고 싶지 않겠는가. 나 또한 하고 싶은 것이 많다.
그러나 지금 시작하지 않는다고 해서 말만 하고 꿈만 꾸는 멍청이는 아니다.

'도전하지 못하는 놈이 바보'라는 말은 초일류 바보들이 지어낸 말이다.
거기에 현혹된다면 당신은 세상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는 '진정한 바보'다.

사실은 '끝까지 참고 준비하지 못하는 놈이 바보'인 게다.



덧붙여,
지금은 회사를 그만두고 커피'씩이나' 팔고 싶다.
그러나 위에서 말한 거창한 사업조차 아닌 커피점일 뿐인데도 함부로 시작하지 않는다.
칩이 두 개인 사람은 한 번쯤 과감하게 배팅을 해볼 수 있지만
칩이 한 개인 사람은 확신이 서기 전까지는 게임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열 개도 백 개도 아닌 단 하나의 칩이 이렇게 큰 차이를 만든다는 것을 알고 나면 세상을 좀 더 통찰하게 된다.
기회비용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주위 사람의 행복을 저당 잡아 자신의 도전 기회를 얻으려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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