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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23일. 신도림 테크노마트의 그랜드 볼룸에서 웹앱스콘이 열렸다. 웹앱스콘은 Web Application Conference를 줄여 말하는 것으로 웹 서비스 전반의 트렌드를 담는 행사이다.

이번 컨퍼런스의 가장 큰 이슈는 40분의 키노트였다. ‘조엘 온 소프트웨어의 저자 조엘 스폴스키(Joel Spolsky)’가 강연자로 초청되었기 때문이다. 조엘은 <Blue-chip Products>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는데 유명 블로거답게 재치있는 설명으로 메시지를 잘 전달했다. 조엘의 강연 내용을 한 번 들여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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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엘은 빅토리아 베컴의 사진을 화면에 띄우고는 청중을 바라 보았다. 데이빗 베컴의 아내였다. 조엘은 다시 또 다른 사진을 화면에 띄웠다. 스크린에는 랜든 도노번의 모습이 있었다. 베컴에 비해 전혀 부족함이 없는, 오히려 더 뛰어난 기량을 가진 선수를 보여주고 조엘이 청중에게 전달하고자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데이빗 베컴의 성공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어했다. 그것은 바로 1등과 2등의 차이였다. 베컴은 아름다운 아내와 훨씬 큰 수입과 더 많은 팬을 갖고 있는 명백한 1등이다. 그러나 조엘이 느끼기에 베컴이 도노번을 앞서 있는 이유는 기량 때문이 아니었다. 조엘은 그 힘을 ‘Sexy’라고 표현했다. ‘Because he is sexy!!’


조엘이 강연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은 바로 ‘Being Number One - 1류 되기였다. 그의 재미난 예는 1등과 2등의 차이가 우리가 예상하는 것과는 다른 요소에 의해서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먼저 느끼게 해주기 위한 장치였다. (사실 그는 2006년의 다른 강연에서 같은 주제로 안젤리나 졸리와 브래드 핏의 사진을 보여준 적이 있다. 그때도 결론은 ‘Sexy’였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럼 우리가 서비스를 만들면서 1등이 되려면 어떠한 섹시함을 갖춰야 하는 것일까. 그는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을 이미 3가지나 준비해 와 있었다. 다음의 1등이 되기 위한 3가지 요소는 조엘의 ‘<Blue Chip-ness>를 위한 공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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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를 즐겁게 만든다는 것은 짜증나지 않게 만든다는 것과 통하는 바가 있다. 조엘은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컴퓨터로 옮기기 위해 겪는 온갖 답답스러운 과정을 시뮬레이션 하여 보여주었다.


사용자는 컴퓨터를 켜면서부터 짜증과 직면한다. 대소문자 문제로 로그인에 실패하고 로그인 후에는 수많은 업데이트를 요구 받는다. 연결된 카메라의 드라이버를 추가하기 위해 어딘가에 박혀있는 Windows CD를 찾아내야 하고 그마저도 제대로 인스톨되지 않는다. 결국 사용자는 지쳐버리고 만다.


사람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행복함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조엘은 짜증으로부터사용자를 떼어 놓기를 요구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즉각적이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강조했다. 사용자가 상황을 제어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어야 행복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최근 한창 중요시되고 있는 사용자 경험이라는 개념과 맥이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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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엘은 두 번째 요소로 심미적인 기능을 강조했다. 애플의 선전을 통해 우리는 이미 미학이 통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비싸지만 예쁜 맥북은 다른 노트북보다 더 많은 수익을 애플에게 가져다 주었다. 조엘은 맥북의 매끈한 뒷태와 다른 노트북의 후면부를 비교하여 보여 주었다. 그야말로 백사장과 달 표면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미학적인 고찰을 제안하며 그것이 의미 없는 치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빼놓지 않고 전달했다. 그의 슬라이드에 나온 재미난 표현 하나를 음미해 보자.

[Decoration = Decadence]

(데커레이션은 기능적이지 못한 치장을, 데카당스는 퇴폐적 관능을 뜻한다)

그는 미학을 고려한 가장 좋은 해답의 예를 스킨으로 제시하며 잘 꾸며진 인터페이스의 중요함 적극적으로 강조했다(Skin makes application beautiful). 조엘은 우리가 어떻게 사용자에게 다가가고 있는지 고민해 볼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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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의 캠리와 포드의 익스플로러 중 어느 것이 더 안전할까. SUV인 익스플로러가 사고 발생률이 더 높지만 사람들은 더 크고 더 높은 익스플로러를 안전하다고 여긴다. 이것은 사실과 무관하게 받는 느낌이지만 실제로는 사실보다도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조엘의 재미있는 표현은 여기에서도 나타났다. 그는 Windows XP가 디자인에 의해서 더 안전해졌다고 표현했다. XP 이전의 Windows가 보여주던 딱딱하고 각이 진 네모난 창은 이제 더 이상 보고 싶은 모양이 아니다. 반면 둥글고 부드러운 XP의 창은 더 느린데다 과거보다 나은 어떤 편의성도 제공해주지 않지만 사용자는 XP의 창을 더 선호한다. 우리는 여전히 캠리보다 익스플로러를 더 안전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Windows 2003보다 Windows XP가 더 안전하게 느껴지는 것. 이것이 바로 컬쳐 코드가 중요한 이유이다.


조엘이 컬쳐 코드를 바라보는 시각은 우리의 시선보다 더 집중적이고 확신에 찬 것 같았다. 그는Web 2.0 Ruby 언어를 예로 들며 컬쳐 코드가 성공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했다. 우리는 주위에서 문화적 흐름에 의해 실제 가치보다 더 좋거나 나쁜 평가를 받는 예를 많이 본다. 우리가 비싼 돈을 내고 가는 패밀리 레스토랑이 외국인에게는 5천원짜리 백반집에 해당하는 것이다.



조엘은 마지막으로 심리학 용어인 ‘Misattribution(오귀인)’을 설명하며 강연을 마쳤다. 오귀인은 자신의 기억이나 생각을 잘못된 출처로 돌리는 것을 말한다. 높은 곳에 올라 이성을 만나면 단지 공포에 의한 심박수의 증가로 자신이 상대를 좋아한다고 착각할 수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컬쳐 코드를 잘 관찰하고 만든 서비스는 컬쳐 코드에 의해 사용자의 심박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리고,

우리가 1등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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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엘 온 소프트웨어(http://www.joelonsoftware.com/)

   디자인/안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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