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차 테터캠프에 참가했다.
보통은 양재동에서 열리므로 너무 멀어서 가지 않지만 이번엔 홍대였다.

테터 계열은 내가 상당히 좋아하는 툴이므로 이쪽의 생각을 좀 더 알고 싶었는데
역시나 발표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마인드가 나와 많이 통하는 듯 해서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오히려 우리 회사 결정권자들의 생각보다
TNF 나 텍스트큐브 쪽의 마인드가 나와 더 통한다니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정책적이거나 기술적인 별다른 얘기는 하지 않았지만
어떤 관점으로 세계를 보고 있고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는지를 듣다보면
앞으로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낼지 적당히 짐작할 수 있다.

내가 바라보는 블로그 동네와 그들이 바라보는 관점이 비슷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제대로 된 방향성을 갖고 있는 듯해서 어딘지 믿음이 갔다.

난 IT 바닥은 다 하나의 덩어리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터라
남의 회사가 성공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도 기분이 좋다.
(다만 우리 회사의 마인드가 흡족치 않을 때 마음에 걸릴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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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의 온도에 접어들며 올 들어 가장 추운 날.
그래도 사람들이 많이 찾아왔는데
세미나에는 보통 여름보다 겨울에 모인 사람들이 진짜 진지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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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광에 빛이 가득 들어 더욱 겨울의 느낌이 나는데
현장에서도 겨울의 세미나 느낌이 부쩍 들었다.


신정규님과 김창원님의 발표가 개인적으로 재밌었다.
말을 잘하시는 듯도 했지만 그보다 생각이 나와 많이 비슷한 것 같았다.

신정규님은 TNF 의 방향에 대해 설명했는데
컨텐츠를 표현하고 다루기 위한 새로운 표준화를 원하는 것 같았다.
TNF와 티스토리 텍스트큐브가 함께 선도적인 규격을 만들어 냈으면 좋겠다.
모두 내가 좋아하는 개방적인 조직이므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김창원님의 발표에서는 얻어온 것이 있다.
머릿속에 이미 정리까지 되어있는 생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마땅히 이름이 지어지지 않았던 생각.
그것을 이름 짓게 된 것이다.
그야말로 완전히 '유레카'다.

발표의 요지는
블로그를 쓰지 않는 사람에게 아무리 블로그가 좋다고 권해봐야
그들('강남역 6번 출구'라는 비유를 쓰셨다)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고
그들에게 정말 필요한 다른 의미의 방향성을 찾아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발표를 듣는 동안
블로그의 장점을 설파하는 사람들이 기독교인과 특성이 비슷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교회에 가기 싫은 사람은 아무리 교회가 좋다고 떠들어봐야 관심이 없다.
마찬가지로 블로그를 쓸 생각이 없는 사람에게는
아무리 블로그가 좋다고 전도해봐야 의미가 없다.

무의미한 블로그 홍보와 교회의 전도에 대한 비교.
김창원님 덕분에 좋은 분석적 비유 하나를 얻었다.
한참동안 알고 지내던 사람의 이름을 이제야 알게된 것 같은 속 시원함이 있었다.

티스토리 팀에서는 윅시(http://wixi.com/)와 유사한 플러그인을 시연해주었다.
구글의 20% 프로젝트와 같은 C-Time 이라는 시간이 있는데
그 시간을 이용해서 <PRO.T.O.S> 라는 블로그를 위한 웹 OS 를 만들고 있었다.
정확히 표현하면 Web Blogging OS Plug-In 쯤 될 것 같다.

이렇게 전문적이고 다채로운 플러그인이 생겨난다면
블로그가 더 이상 일기를 쓰는 도구에만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
역시 티스토리는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다. (테터 계열은 어딘지 다 끌리지만..)

그리고 세 조직 모두에서 지역 정보를 이용하고자 하는 시도가 보였다.
나도 작년부터 지역 정보의 활용성에 관해 고민을 하고 있었던 터라 반가움이 컸다.

그러나 난 지도 API 의 활용에는 조금 부정적이다.
이 날의 발표에도 나왔던 말이지만 블로그가 시간 순서로 정렬되는 것이 장점만 갖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지역 정보를 공간 좌표의 흐름 속에서만 표현하는 것은 (편리할 지는 몰라도) 부족함이 있다.
내가 쓴 글에서도 지역 정보가 의미있는 글은 10~20 개중 하나 정도 뿐이다.
(이 글에도 '홍대' 지역 태그를 넣을 수 있지만 난 굳이 그런 일을 할 생각이 없다.)
맛집 블로그나 여행 블로그가 아니라면
단순히 지도 위에 글을 배치해봐야 큰 효과가 있지는 않으니까..

지도를 기반으로 한 것이 아니라 지점 자체에 정보를 싣는 방법.
<2008년 12월 6일> 뿐만 아니라 <어제 저녁 식사 때> 도 의미를 갖는 시간 정보.
<서울 월계동> 뿐만 아니라 <여리형네 집 작업실> 이라는 지역 정보도 의미를 갖는 지역 정보.
이것이 내가 작년부터 고민하고 있는 지점이다.

지금은 시간도 다차원 축으로 보는 방법과 공간을 선이나 면이 아닌 점으로 보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물론 내가 회사 생활을 하는 동안은 구현하지 못하겠지만..
항상 내가 한 생각은 일,이년 후면 누군가 구체화시켜 주니 또 기다려볼 생각이다. ㅋ)

그러나 아직 지역 정보에 대한 활용은 과도기에 있으므로
시도 자체에도 큰 의미가 있고
게다가 그들이 테터 계열의 뛰어나고 발전적인 사람들이니
반기면서 지켜볼 생각이다.

테터캠프는 규모가 더 큰 다른 행사보다 오히려 얻는 게 더 많은 것 같다.
TNF, 다음, 구글 모두 마인드가 남다른 조직이라서 그런가..
왠지 끌리는 것이 많은 사람들이다.

이번 행사도 역시나 즐거웠다.
앞으로 더 발전하는 동네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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