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이 또 다시 황우석 놀이를 하고 있다.
마구 끌어 올려 추앙했다가 정체가 밝혀지자 곧 농담의 소재로 사용하는 사람들.

웹을 분석하는 직종에 있다보니 이런 사안은 흔한 패턴이라 놀랄 일이 없다.
미네르바가 히끼꼬모리 백수인지는 예상하지 못했지만
애당초 고학력 전문가라고도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대중에게 유명해진다는 건
완벽한 일을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많이 퍼뜨려야 되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보다는 유행에 좌우된다.
황우석 교구도 논문을 쓸 당시에
그렇게 전국가적인 소동이 일어날 줄 예상이나 했겠는가.

매체라는 세계가 원래 다 바이럴마케팅으로 돌아가는 곳이다.

덕분에 50만큼의 지지를 받아야 할 대상이 100의 추앙을 받는 경우가 잦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다.
그가 100의 역할을 다 해주지 못하면 곧장 버려지는 것이 이 세계의 생리다.
연예인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는 게 바로 대중에게 지지를 받는 사람이다.

지금의 네티즌은 여러 반응을 보이고 있다.
1. 미네르바를 이미 낮춰 보고 정부와 전문가를 백수보다 못하다고 비난하는 사람
2. 미네르바를 여전히 높여 보고 능력이 좋아도 학벌이 낮으면 소용없다고 한탄하는 사람
3. 진짜 미네르바는 따로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

그러나 내가 보기엔 지금 잡힌 미네르바는 진짜이다.
전국 각지의 PC방을 순례하지 않는 이상
한국에서 인터넷에 글을 써 놓고 잡히지 않는 건 불가능하다.
단지 지금까지는 구실이 없으니 지켜만 보고 있다가
꼬투리가 잡히니까 허위 사실 유포로 체포한 것이다.

그렇다고 미네르바가 학벌이 부족한 천재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바로 노스트라다무스 효과이다.
인터넷엔 워낙 별별 글이 다 오르다 보니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끼워 맞추려면 어떤 근거라도 찾아낼 수 있다.
미네르바의 글이 어쩌다 거기에 딱 맞아 들어간 것이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미네르바의 글은 인터넷에 오른 경제 분석을 짜깁기 한 것이란다.
미네르바 사태는 충분히 그럴 법한 노스트라다무스 해석이다.

모든 주장 중에 사실은 딱 하나다.
우리나라 정부 직책자들은
30대 백수가 인터넷을 통해 알 수 있는 내용도 모르면서
국민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는 완벽한 무식쟁이라는 것.

미네르바 사건으로 또 다른 황우석 놀이를 하지는 말자.
미네르바는 그냥 아고라 유저 미네르바이고 대한민국의 구원자도 아니다.
그렇다고 그가 대국민 사기꾼인 것도 아니며 학벌 낮은 천재도 아니다.

정부는 욕 먹을 이유가 충분하고
미네르바 사안이 의미를 갖는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는 절대 희망이었던 구원자를 잃은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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