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지도의 로드뷰는 실용성과 편의성 측면에서
국내의 모든 웹 서비스를 통틀어 가장 우수한 서비스라고 본다.

그러나 이런류의 서비스에는 항상 따라붙는 얘기가 있다.
바로 사생활 침해 문제다.
구글 스트릿뷰에서 노상방뇨를 하던 여자가 촬영됐던 것처럼
다음 로드뷰의 올림픽공원 화면에 두 남녀의 다정한 장면이 고스란히 찍힌 것이다.
(나중엔 사진이 없어지겠지만 캡쳐해서 붙이지 않겠다..)

화면을 보면 절대 실수로 촬영한 건 아니고..
다음 촬영팀이 그 상황을 분명히 인지하고도 그냥 재밌으니까 찍어 올린 것 같다.
(이건 서비스가 가진 속성의 문제가 아니라 다음의 직원 관리 문제다.)

하지만 이것을 사생활 침해 문제로 부각시켜
서비스 자체를 관리 대상으로 삼는다면 그 또한 문제다.

로드뷰 서비스와 로드뷰를 관리하는 법 중에서
어떤 것이 빅브라더가 될 것인지는 상당한 고민이 필요할 게다.
상황에 따라서 다음의 아고라가 여론의 지배자가 될 수도 있지만
정부가 아고라의 통제자가 되면 안되는 것과 비슷하달까..

하지만 다음의 로드뷰는 공공장소에서의 촬영이니 이슈가 또 다르다.
말하자면 이런 것.
화끈한 섹스를 원하는 커플이 공공장소에서의 스릴을 느끼려고 갈대숲에 갔다.
그리고 윤무부 교수님도 새 사진을 찍으려고 갈대숲에 갔다.
세 사람은 서로의 일에 열중해서 상대방을 의식하지 못했고
윤무부 교수님은 날개 없이 하늘을 나는 한 쌍의 희귀 조류 사진을 갖게 되었다.

그럼 이건 도촬인가?
아니다. 오히려 커플쪽이 공연음란죄에 해당하면 모를까..

다음의 촬영팀과 올림픽공원의 커플이건
윤무부 교수님과 갈대숲의 커플이건 마찬가지로
서로 다른 목적으로 다른 행위를 하고 있었던 사람들이
우연히 같은 시간과 같은 장소에 존재했을 뿐이다.

그리고 두 커플 모두 공공연히 자신의 행위를 노출시켰으므로
그것을 본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다만 영구적으로 남겨지는 사진에 대한 책임은 촬영자가 져야 할 일이다.
윤무부 교수님은 '별놈들 다 있네' 하면서 사진을 버리면 그만이지만
다음은 불특정 다수의 대중에게 사진을 배포하고 있으므로 문제다.

그러나 다음 로드뷰에 노출되는 사진은 모두 공공장소에서 촬영된 개방적인 장면이다.
옥상에서 남의 집 베란다를 촬영하는 것도 아니고
바닥에서 찍어 치마 속을 들여다보는 것도 아니다.

아무리 자신들의 자유가 중요하다고 생각되어도
눈에 띄게 세그웨이를 타고 돌아다니는 커다란 촬영 장비 앞에서
여자 친구의 옷 속에 손을 넣을 이유는 없다고 본다.

그저 다음이 책임져야 할 문제는
촬영 중임을 촬영 대상이 알 수 있게 충분히 드러내놓고 해야 한다는 것과
사생활을 침해할만한 장면을 의도적으로 피하지 않고 촬영한 직원을 교육시켜야 한다는 것 정도다.

나머지 책임은 (굳이 카메라 앞이 아니더라도) 공공장소에서
모든 것을 서슴없이 행한 당사자에게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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