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과학자들은 한결같이 어린 시절 보았던 마징가나 철완 아톰의 추억을 떠올리며 인터뷰에 답한다.

그들이 로봇을 만든 것일까. 로봇이 그들을 과학자로 키운 것일까.

얼마 전 우리는 이러한 장자의 나비 꿈을 또 한 번 경험하였다.

2002년 7 26,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개봉했고 영화에서 스필버그 감독은 톰 크루즈에게 멋들어진 컴퓨터를 선물하였다.

그 컴퓨터는 마우스 없이 허공에서 폴더를 끌고 문서를 열 수 있었다.

(탄탄한 근육의 톰 크루즈였기에 체력의 한계 없이 팔을 크게 휘두르며 조작을 할 수 있었겠지만

컴퓨터가 복부비만이 아닌 근육과 연관된다면 그야말로 바람직한 미래 기술 아닌가.)

스필버그가 또 한 명의 아시모프였던 것일까.

2007년 5월 30, 월스트리트저널의 D 컨퍼런스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미래 기술인 ‘Surface’를 발표하였다.

당시 서피스의 홍보 영상이 유튜브에 급격히 퍼졌으니 모두가 기대하는 기술임에는 틀림 없어 보인다.

서피스는 ‘Touch’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사용자 인터페이스 기술이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그리고 식스센스-육감. 사람은 24시간 감각을 느끼며 산다.

기계가 단지 여섯 가지밖에 안 되는 이 감각만 지니면 사람과 다를 것이 없는데도

이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앨런 튜링은 <벽 뒤에 숨은 컴퓨터가 하는 말을 듣고 사람인지 컴퓨터인지 분간할 수 없다면

그 컴퓨터는 생각할 줄 아는 것>이라는 튜링 테스트를 제시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사람의 감각을 지닌 로봇은 만나지 못했다. 그만큼 사람의 감각은 흉내내기 어렵다.

그러나 끈질긴 연구로 시각과 청각의 모방은 상당히 많이 발전했다.

표현 기술은 이미 사람이 인지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고 인식 기술도 매우 높은 수준까지 도달했다.

그런데 왜 하필 빛과 소리의 영역만 이렇게 발전한 것일까.

그것은 물리학 영역이 기계에 적용하기 더 쉽기 때문이다. 정량적이고 계측적인 기술이 하드웨어의 근본이다.

반면에 후각과 미각은 화학적인 속성이므로 쉽게 계측할 수 없다.

화학적 감각은 심지어 육감과 연관되는 인공지능의 분야보다 발전이 더디다.

그렇다면 시각과 청각 다음으로 구현하기 쉬운 감각이 무엇일까.

물리학적인 영역에 속하는 감각. 바로 촉각이다. 우리가 터치에 주목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개는 후각을 진화시켰지만 과학은 촉각을 강화하는 것이 더 쉽다.

 다행히 인류를 발전시킨 혁명적인 사건은 모두 손을 위한 발전이었다.

석기와 철기, 문자와 증기기관. 그리고 이번엔 입력 장치의 차례다.

 

 

햅틱스’. 휴대폰의 이름으로도 잘 알려져 있지만 만진다는 의미를 가지는 그리스어원의 단어로 컴퓨터 촉각 기술에서 쓰이는 말이다.

햅틱은 촉각과 물리적인 운동감을 느끼게 하는 기술을 통틀어 말한다.

초기의 햅틱 기술은 항공기 제어 시스템에서 사용되었는데 일방적인 조작에서는

위험한 비행 조건을 느끼기 어렵기 때문에 물리적인 피드백을 주기 위한 방안이었다.

이것이 점점 발전하여 지금은 원격지 수술까지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진동을 느끼며 DVD를 감상할 수 있으니 이제는 생활 곳곳에 햅틱 기술이 파고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햅틱 기술이 엔터테인먼트에 응용된 것은 최근 일이 아니다.

1989년에 Wiimote의 전신인 파워글러브가 출시되었고 90년대에는 레이싱 게임을 진동 핸들로 즐기는 사람이 있었다.

요즘 아이들은 위모트와 위핏을 이용해 게임을 즐기고 있지만 햅틱은 벌써 고전적인 개념이다.

 

 

 

어느 순간 햅틱 기술에서 물리적인 운동감은 제외하고 만질 수 있다는 부분에만 집중한 좀 더 컴퓨터 산업적인 개념을 찾게 되었다.

마우스를 대신하던 타블렛 펜은 이미 매우 햅틱스러운 것이었으나 그간 마우스와 별반 다르게 분류되지 않았다.

 그러나 MS의 서피스는 어딘지 새로운 것처럼 보인다. ‘Tangible User Interface(TUI)’라는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바라보게 된 것이다.

‘Tangible’만지고 실체를 알 수 있는이라는 뜻의 형용사이다.

초기에는 TUI‘Touchable UI’라는 개념으로 접근했지만 ‘Tangible UI’라는 표현을 붙인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공을 들여 상품 브랜드를 만들 듯이 기술자들도 기술을 함축하는 단어를 찾아내기 위해 골몰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새로운 기술의 트렌드를 그 명칭으로부터 짐작할 수 있다.

TUI는 필연 만지고 확인하는 인터페이스 기술이다. 파일을 끌어 폴더에 넣는 작업을 떠올리는 것이 좋다.

TUI의 세계에서 우리는 직접 손을 이용해서 무언가를 누르고 당긴다. 그리고 그 결과를 직관적으로 느낀다. 

이것이 새로운 인터페이스 기술인 TUI이다.

물론 Tangible UI는 햅틱 기술의 부분집합이고 Touchable 인터페이스보다 훨씬 작은 영역이다.

빅뱅이 무대 밖으로 손을 내밀어도 TV를 보며 그 손을 잡을 수는 없다.

그러나 원한다면 G-드래곤의 의상을 드래그하여 노트북의 장바구니에 담을 수 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새롭다. 우리는 이제 Tangible 할 것이다.

 

 

MS 서피스(http://www.microsoft.com/surface) TUI 기술뿐만 아니라

데이터 관리 기술과 Human Computer Interaction(HCI) 기술의 총체이다.

그러나 이번 기사의 주제에 맞추어 인터페이스 기술만을 언급하기로 한다.

우리는 이미 터치스크린을 많이 사용해 보았다. 터치 인터페이스의 장점이 마우스의 기능을 모두 포함한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그러나 TUI는 이보다 더 발전적인 기능을 제공한다.

마우스가 아닌 손가락을 사용한 입력은 직관적이고 즉각적인 행동을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마우스 포인터는 한 개이지만 손가락은 열 개라는 것이다.

이것을 멀티 터치라고 부른다.

함께 피아노를 치듯이 옆 사람이 도와준다면 무려 20개의 작업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

그리고 입력에 손가락을 쓰느냐 다른 물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른 형태의 입력을 제공할 수도 있다.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팟 터치, 그리고 맥북 에어는 멀티 터치를 지원하고 있다.

 애플은 디자인과 인터페이스로 유명한 회사답게 터치형 인터페이스에서도 상당히 앞서고 있다.

현재 이 기술은 ASUS DELL에서도 사용하고 있다.

닌텐도 Wii의 입력 기술은 이미 많은 찬사를 받았다.

Wii의 입력 장치인 위모트와 눈차크는 단순한 작동 원리로 인해 DIY(Do It Yourself) 문화까지 만들어냈다.

위모트 프로젝트 홈페이지(http://www.wiimoteproject.com/)에 가보면 Wii의 입력 장치를 개인이 직접 응용해 사용하는 여러가지 재미난 사례를 볼 수 있다.

신제품인 위핏 역시 전혀 새로운 개념의 입력 방식을 제공하기 때문에 그 동안 상상하지 못했던 활용 방법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입력 방식이 가지는 의미는 한계에 다다른 상상력에 또 다른 길로 나아갈 탈출구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Wii는 적외선 기술을 사용한다. 그런데 적외선 부품은 가격도 저렴한데다

다루기가 쉬워서 개인이 재미삼아 만들어 쓰는 경우가 많다.

SK 컴즈에서도 적외선 펜을 이용해 플래시 아트를 보여준 세미나가 있었다.

Johnny Lee(http://www.cs.cmu.edu/~johnny/projects/wii)는 위모트 프로젝트에서 매우 유명한 사람으로 끝도 없이 창작물을 만들어내고 있고 국내에도

 T9T9 연구소(http://t9t9.com/360)동철씨가 서피스를 흉내내어 멀티 터치 입력기를 제작하기도 했다.

적외선 터치 기능은 2006 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TED) 컨퍼런스에서 Jefferson Han이 보여준 전반사장애 현상의 응용이 기반이 되었다. 입력 패널과 항상 수평으로 흐르는 적외선은 패널에 사람 손이 닿는 순간 굴절되어 적외선 센서에 감지되는데 이것으로 화면의 어느 부분에 접촉이 발생했는지를 감지하는 것이다. 이 원리만 알면 누구든 10만원 선에서 적외선 멀티 터치 패널을 구현해 낼 수 있다.

적외선 리모컨은 만들기가 더 쉬워서 일종의 전구 역할을 하는 적외선 LED에 건전지만 연결해 주면 된다.

초등학교 전기 주머니를 다루는 만큼이나 쉽다.

이렇듯 쉽게 적외선 리모컨을 만들 수 있는 반면에 DIY 작업은 많은 재미를 준다.

가령 위모트를 이용해서 경쟁사의 XBOX 게임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TUI의 대중화가 점점 가까워 오는 듯하지만 아직 웹 서비스에는 어떻게 반영될지 막연하기만 하다.

새로운 입력 장치는 어떻게 보급될 것이고 어떤 웹 응용 기술이 제공될지 전혀 알 수 없다.

다만 기존의 터치 인터페이스를 통해 짐작만 할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기술을 미리 앞서갈 수 있다. 아니 앞서가야만 한다.

서두에 언급한 아이작 아시모프의 사례를 기억하자.

아시모프가 미래를 예측한 것이 아니라 그가 미래를 말했기 때문에 그러한 미래가 펼쳐진 것이다.

차페크는 로봇이라는 말을 만들어냈고 쥘 베른은 원자력잠수함과 달 착륙을 예측했다.

그러나 바로 그들의 작품이 미래 기술에 씨앗을 던져준 것이다.

이제 우리가 해야할 일은 SF 소설을 쓰는 것이다.

 특히나 SK 컴즈는 더 급박한 위치에 있다. IPTV와 모바일에 더 근접한 웹 서비스를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 구체화하지도 않은 기술을 미리 생각해야 하나?’라는 의문이 든다면 직업을 잘못 택한 것이 아닐까.

IT 업계에서는 항시, 만들어진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려고 시도하는 것이 기술이 되어 다가올 것이다.

시류를 앞서 가고 싶은데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TUI를 추천한다.

우리는 이제 충분히 만져야 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Trackbacks  |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