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영씨 덕분에 또 재미나게 영화를 봤다. (은영씨 고맙습니다~)
오늘 영화는 미쓰루시힐.

처음엔 도대체 미쓰루시힐이 뭘까 싶었다.
제목을 모르니 어떤 영화인지 짐작도 안가고..
me through see hill.
잠시나마 영어 공부를 너무 안한 날 자책해볼까 고민했지만 아무래도 저건 아니다.
한참 후에 사실을 알아냈다. 사람 이름이란다..
저게 이름인지 누가 알았겠나.

여튼 우리는 '우리집에 왜 왔니'를 밀어내고 미쓰루시힐을 택했다.
6시 반에 로비에서 모여 동대문 메가박스로 고고. (홍보를 해줘야하니까 또박또박 써야지. 메.가.박.스)
여리형과 혜준씨는 자기 짝이랑 놀겠다며 나를 버렸다. (내가 표도 사준다고 했는데.. 흙.)
그래도 덕분에 오늘은 미녀 3명과 영화를 보는 호사를 누렸다.

저녁 만찬은 즉석떡볶이로 결정되었다.
난 즉석떡볶이가 뭘까 너무 궁금했다.
그렇다면 안즉석떡볶이는 무엇이란 말인가.
비즉석떡볶이. non즉석떡볶이. un즉석떡볶이. anti즉석떡볶이..
그동안 내가 먹은 떡볶이는 냉동떡볶이였던 걸까.
나의 떡볶이 인생은 레디메이드 인생이었단 말인가.

모든 고민은 로비에서 풀렸다.
혜지씨와 지수씨를 기다리는 동안 상냥한 은영씨가 비밀을 알려준 것이다.
즉석떡볶이는 순대볶음처럼 판에 올려 나와서 직접 끓여먹는 떡볶이였다.
동대문에 도착해보니 거짓말이 아니고 정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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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 젓가락 꼭 쥔 허달님의 저 굳건한 투지를>

바로 이것이 즉석떡볶이. 맛있었다.
우린 김밥과 즉석떡볶이와 맥주와
허달님의 취향에 의해 헷지마마가 선택한 만두 사리를 먹었다.

떡볶이를 먹고 남은 시간은 단 15분. 15분만에 표를 받고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허겁지겁 느린 걸음으로 편안하게 걸어 들어갔다.
극장으로 가는 길에 재미난 광경도 봤다.
쇼핑몰 무대에서 진실로 완벽하게 어벙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도 보고.
은영씨가 그 사람들을 완벽하게 꿰고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참 재미난 세상이다.

은영씨가 표를 받아오는 동안 지수씨와 혜지씨는 먹거리를 샀다.
무려 48 가지나 되는 아이스크림을 파는 가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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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스킨라빈스보다 17 가지나 많다>

다른 분들은 맥주를 드시고 나는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내가 술을 못 마시기 때문은 아니고.. 아니고..
이제 47 가지 남았다. 훗.
간식은 혜지수 공동체가 쐈다. 잘 먹었습니다~

영화는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뉴 얼음이라는 동네의 아이스크림 공장 얘기다.
(오늘은 아이스크림의 날인가 보다. 하긴 날이 참 많이도 풀렸다.)
이름 참 잘 지었다. 뉴 얼음이라니. 누가 봐도 아이스크림 공장이 있는 마을이다.
그러나 상품 브랜딩은 오갓(oh god)이다. '로켓바'라니..

여튼 지루함 없이 재미나게 봤다. (은영씨 또 감사합니다. 형님도 감사합니다.)
영화가 끝나고 지수씨가 재밌냐고 물었다. 재밌다고 했더니 의외라는 표정이다.
난 잠시 움찔했다. 지수씨는 정말 재미 없었는데 내가 괜한 말을 한 것일까..
다행히 지수씨는 남자가 재밌어할 영화는 아니서 물어본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난 괜찮다.
잘난 남자 만나서 주인공 혼자만 감동받고 아름답게 끝나는 신데렐라 영화만 보다가
애 딸린 홀아비가 능력있는 여자 만나서 인생 피는 영화를 보니 매우 참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조난을 당할 지 모르니 멀리 갈땐 빨간 속옷을 챙길 필요가 있겠다는 생활 지혜도 배웠다.)

오늘은 배우는 게 많은 날이다.
영화에 '타피오카'라는 것이 나오는데 뭔지 몰랐었다.
카카오나 피스타치오가 떠오르는데 무슨 죽같이 생긴 것이 전혀 상관 없어 보였다.
나중에 알았는데 한국에도 있고 다들 알고 있는데다 꽤 오래전에 유행한 흔한 것이었다.
근데 사실 아직도 뭔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먹는 거란다. 애들 먹는 음료수에 들어가는 젤리 같은 구슬이라고만 생각하고 있다.

은영씨는 맥주를 홀짝홀짝 마신 덕에 영화가 끝나고 얼굴이 빨갰다.
그러나 하늬씨에 비하면 백인을 넘어 마이클 잭슨이겠다.
하늬씨는 동물이 보호색을 가지듯 얼굴색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그래도 은영씨는 전혀 취하지 않았다.
세상엔 나보다 강한 자들이 많은 법이다. 천하제일이 되려면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

영화가 끝나고 나와서 우리는 각자의 길을 도모했다.
천하무적 유희왕 혜지씨는 친구들과 놀기 위해 바삐 전화를 주고 받았다.
육각형 증권 시장의 엄청 바쁜 사람들처럼 전화기를 귀에서 떼지 않았다.
그리고 드디어 혜지씨의 약속이 체결되었다.
거래에 성공한 육각형 포스트의 직원처럼 들고 있던 A4 몇 장을 공중에 집어 던져야 할 것만 같다.
난 피곤해 죽겠는데 더 놀수 있다니 역시 젊음이 좋다.
아니다. 혜지씨는 나이가 들어도 더 놀 수 있을 것이다. 대단해..
혜지씨도 천하제일이 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다. 사보기자들 중엔 능력자가 많다.

나와 지수씨는 은영씨의 쇼핑에 동참했다.
그러나 실상은 지수씨가 더 많이 샀다. 훗.
아, 지수씨가 옷을 산 건 비밀로 해야겠다.
지수씨는 '내가 돈 벌어서 옷 사는데..' 라고 말하면서도 어머니 몰래 구입 품목을 반입하기 위해 수를 썼다.
세관을 통과하는 보따리상처럼 반입 상품을 덧입었다. 더울텐데..
안 걸리고 잘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그러니 이건 비밀로 하자. 이 포스트를 못 본 사람에게는 비밀이다.

지수씨의 안내를 따라 우리는 길 잃기 딱 좋은 가게들 사이를 누볐다.
참 넓고 복잡하다. 싸악 찍어서 서비스로 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동 구매도 해주고..

난 옷의 정글을 돌아다니다 우연히 또 한가지를 배우게 됐다.
쉬폰은 고급 포장지 리본 같은 재질로 된 펄럭펄럭한 옷이다.
쉬폰이 뭔지는 상냥한 은영씨가 두번씩이나 알려주었다. 안 잊어 먹겠군.
먹는 건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옷도 있다.
세상은 참 넓다.

이쁜 옷들이 있는 것도 같지만 난 사실 옷을 보는 눈이 나쁘다. 그래서 옷을 안 샀다.
하지만 구경은 해야한다. 왜냐하면 여긴 동대문이기 때문이다.
모르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니 설명하자면 동대문은 옷을 사는 곳이다.
하지만 옷보다 중국인이 더 많은 것 같다. 아니면 비슷하거나.
왜 관광을 동대문으로 올까. 하긴 한국인도 중국에 가면 쇼핑을 하겠지.
그래. 패키지 여행은 하지 말자.

오늘도 영화를 재미나게 봤다.
다들 잘 해줘서 고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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