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애니메이션 수준의 거침없는 효과를 실사 그래픽에 입히다니.
흡사 게임 화면을 보는 것만 같았다.

현란하고 속도감 있는 그래픽은 보통 눈으로 하나하나 감지하기가 쉽지 않은데
조금도 망가지는 부분없이 세밀하게 표현된 깔끔한 그래픽에 감동했다.
100% 과즙 화면! 픽셀 알갱이가 씹힌다..

그러나 극적 연출력은 영구 시절 그대로..
우뢰매의 추억을 회상하며 향수에 젖기 딱 좋다.
심형래 감독이 세간의 웃음을 잠재우려 만든 진지한 영화이기 때문에 자칫 지루해질까
일부러 웃음을 주는 구성을 펼친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도 잠시잠깐 들었다.

솔직히 구성력은 실망스럽다.
영구에 대한 추억이 없는 세계 무대에 내놓기는 민망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무참하게 낯뜨겁지는 않다. 아직은 응원이 필요한 심감독..
(어쩌면 낯 부끄러운 장면이 있었는데 나의 뇌가 그것을 거부했는지도 모르지만..)

탄탄한 시나리오라는 광고 문구는 없었던 듯,
영화의 흐름은 영등위 심의를 거침없이 통과한 영상물처럼 느껴질 수 있다.
3시간 분량의 영화를 찍어서 1시간 반 분량으로 무참하게 난도질한 것 마냥
장면 곳곳에서 개연성이 매우 부족하다.

그러나 화려한 그래픽과 섬세한 묘사는 게임 장면을 방불케 한다.
이무기 군대의 행렬은 반지의 제왕 전투장면보다 완성도가 높다.
다만 실사 화면을 촬영하는 능력이 매우 부족해서
CG와 실사를 한 화면에 담아놓으면 오히려 실사 영상 때문에 어색한 느낌이 든다.
그래도 초원에서의 전투보다 도시에서의 전투가 묘사하기 더 어렵다.
때로는 어느것이 실사이고 어느것이 CG인지 구분이 안가는 부분도 있었다.
매트릭스에서 네오가 잡아끌었던 헬리콥터보다도 디워쪽이 더 매끄러웠던 것 같다.
뛰어난 그래픽 효과는 매우 만족스럽다.
그저 실사 영상 촬영이 그에 못미쳤다는 것만이 속 쓰리다..

두 이무기의 격투도 만만치 않다.
박진감이 영상에 못미쳐 느슨한 감이 없지 않지만
그래픽만을 놓고 보았을때는 단연 으뜸이다.
긴장감은 부족해도 움직임에 생동감은 있다.
하지만 연출력이 미진한 것은 영구아트가 해결해야할 큰 과제로 보인다.
아쉽게도 애니메이션인 드래곤볼 격투 장면보다도 박진감이 떨어진다..

건물을 타고 오르는 이무기의 장면은 영화 홍보에 자주 쓰여서 유명하다.
그러나 시가전 장면 전체의 섬세한 효과는 그보다 더 굉장하다.
괴동물들의 움직임이 쥬라기 공원의 공룡을 한층 업그레이드한 것 같이 매우 사실적이다.

화면만 잠깐 보기에는 별것 아닌 것도 같지만
다빈치가 인체비례를 알아낸 후 디즈니가 알라딘을 그려내기 까지 5백년이 걸렸다.
(심지어 다빈치는 공룡체비례는 그린적이 없다.)
인간의 지각능력은 생각보다 매우 섬세해서 어색한 그래픽은 쉽게 눈에 뜨인다.
내가 보기에 전투 공룡들의 움직임은 매우 걸작이었다.

그런데 순수 국산 영화에 외래 문화가 지나치게 녹아있다는 점이 아쉽다.
국내에서 대놓고 외면받는 심형래 감독이
국내 자본과 배우를 확보할 수 없었다는건 감안해줘야 할 문제겠지만
연출과 구성에 외래 문화가 엿보이는 것은 안타깝다.

중국 무협 영화를 어설프게 구성해 놓은 듯한 수련 장면이나,
엑소시스트의 한 장면 같은 레드썬 박사님의 상담실,
헐리웃 영화에 빠지지 않는 자동차 추격씬 등은
외국 영화에서 십수년 이어져 왔던 지나치게 전형적인 장면을
영화에 한 가득 담아 놓은 것 같아 못내 안타까웠다.
기발하지 못한 연출력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을 다음 영화에서는 지양했으면 한다.
(개인적으로 다음 영화도 반드시 의지를 갖고 찍었으면 좋겠다.)

미숙함이 더 큰 발전을 불러오는 것이라 믿고
한국영화도 작품성만이 아니라 기술력으로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길 바란다.

덧붙여,
검색할 때 조심하자. 'The war'가 아니라 'D-War'이다.
기억에 남는 명대사. '쿠어어어어어어어어어~ 크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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