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에선 뭐든지 도토리로 팔려고 한다.
미니홈피 밖의 서비스도 자꾸 도토리와 연관지으려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젠 패러다임이 바뀌어야할 때다.

미니홈피에서 도토리가 팔릴 수 있었던 것은 미니홈피만의 특수성 때문이다.
미니홈피를 하는 이유는 집단에 섞이기 위해서이다.
주위에서 하니까 함께 놀려면 나도 해야하는 그런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주위에서 싸이질을 하지 않는다.
더 이상 도토리의 필요성이 없다.

미니홈피는 10대 여중생의 돌림일기와 같은 꼴이다.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서로와 소통하고 서로를 방문해 준다는 협약으로 돌아간다.
여기에선 컨텐츠 제작 의지가 없는 사용자가 대부분이므로 그들의 표현은 꾸미기 본위다.
보통은 간단한 디카놀이와 도토리로 구입하는 홈피 장식이 주다.

그러나 블로그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미니홈피에 정보 단위가 없는 것과는 달리 블로그에는 컨텐츠가 있다.
설령 단순한 신변잡기일 뿐이더라도 사용자에게 중요한 건 블로그의 외양이 아니라 담겨있는 내용이다.
그러니 돈을 내고 스킨을 구입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당신이라면 스킨을 사겠는가? 도대체 왜?
(꾸미기가 중요한 서비스라면 RSS를 뭐하러 발행할 것인가.)
블로그 방문자는 나와 친목을 유지하려는 집단의 일원이 아니다.
미니홈피와는 달리 블로그는 철저하게 개인적이다.
그러므로 그들에게 보여줄 스킨을 꾸미기 위해 돈을 쓴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싸이블로그에 도토리 판매를 엮으려는 생각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스킨을 바꾸는데 도토리를 사야 한다면 그 서비스를 왜 쓰겠는가. 다른데로 옮기고 말지.
이런 경우를 보면 답답하다.
도토리 파는 팀의 성과는 올라가겠지만 정작 서비스가 시드는데. 그럼 같이 죽는데.
이건 시너지가 아니다.

지금의 싸이블로그는 아직 블로그의 형태를 다 갖추지 못했다.
C2 의 피를 물려받아 기능적으로 어중간한 모양이 있어
블로그라기 보다는 개인 홈피의 게시판이라고 보는 쪽이 더 맞다.
덕분에 아직은 미니홈피와 비슷한 소비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 모습일 수는 없지 않은가.
한동안 미니홈피 사용자를 싸이블로그에서 받을테니 성장세를 보이기도 하겠지만
앞으로 중요한 건 새로 유입될 진짜 블로거이다.
(미니홈피 사용자와 블로그 사용자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므로..)
종국엔 블로그의 모양새를 다 갖추어야 할 터인데
도토리에만 의존한다면 그 때 가서는 수익모델이 사라지는 게다.
지금이 수익을 유지하며 다음 방향을 잡을 수 있는 최적의 시기다.

이제 흐름은 플랫폼이 아니라 데이터다.
그리고 지금은 공개와 공유를 표방해야 할 때다.

모두가 무료로 주는데 나만 돈 받고 팔겠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젠 싸이질을 안한다고 왕따가 되지도 않고 스킨에 돈을 붓는다고 친목이 쌓이지도 않는다.

요즘 오픈 소셜도 한창 주목받는데
차라리 주요 업체들과 협약해 오픈 스킨 플랫폼을 구축하는 게 훨씬 더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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