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대웅전에 들어왔다.

한산한 평일 경주였는데도 대웅전에는 관광객이 좀 있었다.
그래봐야 서울의 골목보다 훨씬 여유롭지만..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래도 사람을 피해서 사진을 찍을 수 없을 만큼은 된다. ^^


대웅전은 석가모니를 본존불로 모신다.
협시보살로는 좌측에 미륵보살이, 우측에 갈라보살이 모셔져 있다.
나같은 일반인이 보기에는 여기나 저기나 다 같은 불상이지만
들고 있는 물건이나 자세 등을 보면 특정한 부처나 보살이 모셔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예를들면 대웅전의 석가모니 본존불은 석굴암에서와 같이
왼손을 무릎 위에 올리고 오른손으로 땅을 가리키는 항마촉지인을 하고 있다.
모셔져 있는 불상은 모두 하나하나 그 의미가 있고 그 내용을 알고보면 참으로 재미가 있다.
사학자들이 열심히 조사해 놓은 것을 도서관에만 가둬두지 말고 잘 알려주면 좋으련만..
우리나라의 문화재는 '알고보는 재미'가 좀 떨어지는 것 같아 아쉽다.

대웅전 또한 극락전과 마찬가지로 사진을 못 찍게 한다.
제를 올리는 곳이니 함부로 사진을 못찍게 하는 것은 납득이 가지만
그 정도가 과한 측면도 없지 않다.
모셔놓은 불상을 보는 것도 눈치가 보여 많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선종은 대승불교 아니었나..

경주에 와서 가장 안타까운 점은 모든 곳에 제지가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관람을 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종교 이전에 문화재인데.. 그럴 거면 국립공원 관람료를 받지 말던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경주에서 본 유물에는 짐승 문양이 많다. 악귀를 쫓기 위해 즐겨썼던 모양이다.
신라가 불교 국가이긴 했지만 더 오랜 토속 신앙이 다 사라지진 않았을 테지.
지금 우리도 수입 문화 속에 살고 있지만 우리의 것이 녹아 흐르고 있을 게다.
너무 섞여도 너무 안 섞여도 안되는 게 문화인 듯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실상 인도에는 용이 없을텐데도
사찰 처마 밑의 용은 너무도 자연스럽다.
그리고 멋도 빼어나다.


대웅전에 왔으면 유명한 두개의 탑을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석가탑과 다보탑.
높이도 정확히 같고 모든 면에서 균형미가 뛰어나다고 한다.
예술성과 정교함을 두루 갖춘 멋진 문화재이다.

사람 생각은 다 같은 지라 석가탑 주위에는 우리 말고도 여럿이 모여 있었다.
방학 숙제인지 방송반 활동인지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무리도 있었다.
대본을 들고있는 듯도 하고 문화재에 관련된 책도 바닥에 널려 있었다.
나름대로 기행 다큐를 찍어가려는 모양이다. 좋구나. 이런게 산 교육이지.
근데 와아 요즘 애들은 캠코더를 쓰는구나. 아 부럽다. ^^;;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무영탑이라고도 불리는 석가탑. 아사달과 아사녀의 전설이 담겨 있다.
다보탑은 여성적이고 석가탑은 남성적이라고 하는데
석가탑도 매우 섬세하고 선이 매끄러워 여성미가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큰 문제에 봉착했다. 다보탑이 보수공사 중이었던 게다. 헉.
도대체 왜 여기까지 오는 동안 아무도 일러주지 않았던 거지.
적어도 매표소 창문에는 적어놨어야 하는 것 아닌가.

경주에 와서 매우 깊이 느낀 것 한가지는 '경주엔 친절한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경주 시민을 말하는 건 아니고 계속해서 만나는 관광에 필요한 사람들 이야기다.
불국사에 가는 걸 뻔히 알고도 불국사역에서 내리는 걸 지켜만 본 버스 기사 아저씨부터 시작해서..
경주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준 평범한 경주 시민 아주머니를 제외하고는
관광을 위해 만나야 하는 모든 사람들이 그닥 친절하지 않았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석가탑만이라도 보고 가야지.
다행히 다보탑은 십원짜리 동전에 그려져 있다.
만약 석가탑이 공사중이었으면 더 아쉬웠을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공사 중인 다보탑은 철조 주위로 지어놓은 계단을 통해 살짝 들여다 볼 수 있다.
분해해서 재조립 하는 공사라고 하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탑의 맨 꼭대기 부분이 분리되어 있었다.
다보탑의 전체 모습을 못 본 것은 아쉽지만 보수가 잘 끝나 더 오래 보존할 수 있으면 좋겠다.


석가탑과 다보탑이 나란히 지어진 이유는 불교 경전의 내용 때문이다.
다보여래는 법화경을 설법하면 땅에서 칠보탑이 솟게 하여 설법을 증명한다고 하는데
석가여래가 설법을 할 때에도 칠보탑이 솟았고 탑 속의 다보여래가 자리의 반을 양보하였다고 한다.
그 내용을 담아 지어진 것이 바로 석가탑과 다보탑이다.
삼국유사로 유명한 일연 스님의 '신라국동토함산화엄종불국사사적'에서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제 탑도 다 봤으니 밖으로 나가야겠다.
대웅전의 뒷쪽으로는 무설전과 비로전, 관음전이 있지만
어차피 실내는 사진도 못 찍고 맘 편히 볼 수도 없으므로 그냥 나가기로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리는 불국사의 왼쪽 벽문으로 들어가 오른쪽으로 나왔다.


이제 슬슬 내려가볼까.
석굴암도 봐야하므로 바쁘다.


Trackbacks  |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