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석굴암 입구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불국대종각이다.
뭔가 멋져 보이는데 사실 크게 볼 건 없다.
가까이 가서 보면 종각 밑의 공간에 물이 뚝뚝 떨어진다.
여리형 말로는 배수가 되는 것이란다. 그럴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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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위치에 우뚝 선 종각이 그래도 꽤 멋지다.


그러나 종각보다 먼저 관심이 가는 건 전망대다.
불국대종각 양쪽으로 나란히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는데
5백원에 경주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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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흐려서 뿌옇지만 맑은 날 오면 참 잘 보이겠다.
전망대 망원경은 카메라 렌즈보다 배율이 훠어얼씬 좋다.


근데 한 가지 매우 좋은 팁이 있다.
여리형이 발견한 무료 망원경. 훗.

종각을 바라본 채로 좌측열 전망대가 경주 시내를 내려다 보는 방향이다.
그 중 가장 오른쪽 망원경은 동전을 넣지 않아도 보인다.
하필 렌즈를 막는 부분이 고장인가보다. ㅋㅋ

하지만 뭐 딱히 경주를 내려다봐야할 이유가 없으므로
어서 석굴암에 들어가자. 빨리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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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굴암 역시 4천원. 경주는 어디든 문 만들어놓고 지나가면 돈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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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여기를 지나가면 석굴암이다.


높은 산이라 그런지 문에 들어서자마자 서늘했다.
날이 흐리기도 했지만 선선한 기운이 느껴지는 게 원래도 시원한 동네인 듯하다.
덕분에 우리는 그리 힘들이지 않고 편하게 산길을 걸었다.
아 이런 산책이면 걷는 것도 좋지.

이렇게 걷다보니 석굴암에 도착했다.
와아 드디어 왔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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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바로 석굴암이다. 웬 집이냐고?
석굴암은 들어가자마자 실망이 확 올라온다.
그래서 미리 못보게 가려놓은 게다.


뭐 그래서 가린건 아니고..
어쨌든 못보게 가려놓은 건 맞다.

사상 최악의 문화재 석굴암.
불국사는 4천원어치의 값어치를 했는데 석굴암은 생각보다 너무 형편 없었다.
4십원어치의 볼거리. 지나치게 볼품이 없다.

위대한 석굴암에 왜 그리 혹평을 퍼붓느냐고 말할 지도 모르겠다.
석굴암은 명실공히 세계 유산인데!!

그럼 뭐하나. 다 막아놔서 제대로 볼 수가 없는데.
사진도 못 찍게 하고 유리벽으로 막아놔서 들어가볼 수도 없다.
교과서에서 본 그 석굴암이 아니었다.
차라리 인터넷 사진으로 보는 게 더 자세히 볼 수 있다.

문화재 보호를 위해서라면 받아들이겠지만 이건 완전히 돈벌이다.
기도하는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단다.
앞을 지키는 보살님 한 분이 우리가 사진을 찍을까봐 계속 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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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아래를 보며 하아 한숨이나 한 번 쉬고.
사실은 그게 아니라.. 여기오면 찍을 게 없어서 산 아래를 찍는다.


석굴암 본존불의 이마에 박힌 보석은 동해의 일출을 받아 석굴암 전체를 비춘다고 한다.
그 경이로운 옛 사람의 구조물이 절에서 세워놓은 집에 갇혔다.
이제 본존불은 동해 일출은 커녕 밖에서 들어오는 어떤 빛도 볼 수 없다.
저런 걸 세워놓으니 천년을 견딘 석굴암에 습기가 차지.

밖에서는 집에 가려 본존불을 볼 수 없고 안에서는 유리벽에 가려 주실을 볼 수 없다.
주실 벽면에 있는 천부상, 보살상, 나한상, 십일면관음보살상 그 어떤 것도 볼 수 없다.
석굴암이 왜 과학적인지, 왜 장엄한지, 얼마나 정교한지, 어떻게 아름다운지 절!대! 알 수 없다.
만약 이곳에서 석굴암의 멋을 느끼고 온다면 당신은 초능력자다. 연구소부터 가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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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볼지 모르겠지만 본존불의 양쪽 무릎이다.


금지하는 것을 몰래 찍어올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밖에서 볼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만 찍어왔다.
제지받지 않는 위치에서 겨우겨우 들여다보면 실내가 살짝 보인다.
그래봐야 본존불의 무릎만 보이지만..
왼쪽 문에서 오른쪽 무릎을, 오른쪽 문에서 왼쪽 무릎을 찍었다.

기분이 나쁜 건 여리형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여리형은 신선한 논리를 제시했다.
"도대체 석굴암이 왜이리 쌔삥인거야? 천년이 지났는데 저렇게 새 것일 수가 있나."
여리형은 다 새걸로 바꿔놓고 왜 보호한답시고 안 보여주냐며 불만을 토해냈다.
흠. 솔깃한데..

어쨌든 우리는 석굴암에도 발도장을 찍고 내려왔다.
기분은 별로였지만..
그래도 보.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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