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석굴암에 대실망을 하고 패잔병처럼 터덜터덜 걸어 내려왔다.

게다가 설상가상.
내려오면서 여리형이 콩다씨와 통화한 바에 의하면 서울엔 지금 비가 억수로 쏟아진단다.
젝일. 내일은 우리가 비를 뒤집어 쓰겠구만.
여리형처럼 크록스 샌들을 사 신고 올 걸.
난 운동화에 양말도 신었는데 비가 온다니 걱정이 밀려온다..

그리고 또 닥친 요금의 씁쓸함.
시내로 가기 위해 버스를 또 타야 하는 것이다. 여긴 정기승차권 같은 거 없나.
교통까지도.. 석굴암은 여러모로 불만족스럽다.

이번엔 10번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내려갔다.
어 그런데 맨 처음 탔던 11번 버스와 같은 광고가 붙어있다. '캘리포니아 비치 경유 운행'.
뭘까. 10번과 11번 버스 모두 비치에는 근처도 안가는데 이상하다.
터미널이 종점이고 불국사가 반대편 기점이다. 우리가 지나오지 않은 정류장은 없다.
아아 광고는 별개인 모양이구나. 고도의 낚시 술책인가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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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유를 주유해서 운행한다는 뜻인 듯하다.


우리의 다음 목표는 드라마 선덕여왕 촬영지이다.
그리고 근처의 관람지를 모두 돌아볼 생각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중 가장 가까운 정류장인 경주박물관에서 내렸다.

국립경주박물관.
여기가 다음 코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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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서 가장 잘 관리되는 문화재 관람지이다.
국가에서 직접 운영해서 그런지 석굴암과는 달리 개념이 있다.


버스를 내려 박물관까지 걷는 동안 우리는 심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지쳐있었다.
그러나 매표소에 도착한 순간 생기가 충전되는 것을 느꼈다.
야호~ 여긴 관람료가 무료다!!
(국립박물관 100주년 기념으로 국가에서 운영하는 대부분의 박물관은 올해 말까지 무료다.)
여기가 경주에서 가장 친절한 곳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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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서 매표소 누나가 유일하게 예쁜 곳이지만 무료인 표를 찍는게 더 중요했다. ㅋㅋ


근데 이곳이 경주에서 가장 친절하다는 것은 과장이 아니라 사실이다.
여러번 말했지만 경주는 관광객을 대면하는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친절하지 않다.
생리적인 위급함을 이해해서인지 화장실 간판에 대해서만 좀 친절하고..

그러나 여긴 안내도 잘 되어 있고 동선도 알기 쉽게 표시가 다 되어 있다.
묻지 않아도 될 것을 물을 필요가 없고 물어야 할 것을 못 물어봐 낭패를 보는 일도 없다.

사실 박물관이면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인데도..
경주에서 이런 배려를 받으니 눈물이 왈칵!! ..까지는 아니지만.
근데 내가 왜 당연한 것에 감동해야 하지? 다른곳은 안그랬으니까!! 흑.

어쨌든 경주에 있는 동안 안내가 없어서 낭패를 본 것이 한 둘이 아니고
유일하게 안내가 잘 되고 있는 것은 돈 내라는 표지판 뿐인데.
경주박물관은 전혀 다른 체계의 공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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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입구는 왼쪽이래요. 아아 경주에서 이런 친절한 안내를 받다니.


오늘은 불만을 많이 말했지만 사실 경주 여행은 매우 재미났다.

우리는 신나게 박물관에 들어갔다.
이제부터 신라를 다 섭렵해줄테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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