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9호선이 개통하고서 한동안 그리로 갈 일이 없었는데
오늘 마침 기회가 생겨 처음으로 이용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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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인 색상을 통일해서 깔끔해 보이고 시설도 상당히 좋다.


느낌은 참 괜찮았다. 깨끗하고 편리하고.
시설은 모든 노선 중에서 가장 잘 되어 있는 것 같다.

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안내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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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깔끔하고 정확하고 알아보기 쉽게 주변지역을 설명해 놓았다.
게다가 위성 사진인가 항공 사진인가도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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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 안내도 역시 같은 스타일이다. 디자인도 매우 세련미가 있다.


광고는 11번가에서 모두 도배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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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광고면의 검색창은 네이트이다. ㅋㅋ


다른 시설도 흠잡을 데 없이 잘 만들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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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의 벤치도 독특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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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판도 깔끔하다.


그러나 시설에 비해 운영이 그만큼 완벽하지 않은 듯하여 아쉬웠다.
지하철의 근원적인 목적은 수송인데 이에 미흡함이 있으면 시설이 아무리 좋아봐야 헛일아닌가.
내 보기엔 열차 운행 전략이 그리 좋아보이지 않는다.
꼭 대학 시절 열심히 스펙만 키운 사고력 없는 명문대생이 세운 계획 같다.

현재 9호선의 배차는 완행열차 2대마다 급행열차 1대가 운행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사람들의 열차 이용 방식을 생각해보면 별로 좋은 방식이 아니다.

보통은 9호선을 이용할 때 목적지에 가장 가까운 급행역까지는 급행열차를 이용해서 간다.
그리고 나머지 부분만을 완행열차로 환승해 최종 목적지까지 이동한다.
그럼 결국 대부분의 사람이 대부분의 시간을 급행열차에서 보내고
완행열차는 그만큼 자리가 비어서 운행된다는 뜻이다.

게다가 급행 열차는 3대에 한번꼴로 지나가니
대부분의 승객이 열차를 기다리기 위해서 출발역에서 10분 가량을 소모한다.
그런데도 완행열차은 승객을 제대로 채우지도 않은채 2대나 지나가고
정작 필요한 급행열차는 만원 지하철이 되어서 온다.

따라서 지금의 배차 방식은 급행역마다 병목을 만들어 불편은 가중시키고
동시에 열차의 연료 비용이나 냉반방 비용을 증가시키는 형태이다.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아마도 그렇게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오히려 급행열차 수가 더 많다면 승객이 적당히 분산될테니
병목도 없어지고 효율성도 높아지지 않겠는가.
열차가 자주 서지 않으면 그만큼 비용도 줄어들 테고 말이다.

예를 들어보자.
동작역에서 증미역으로 가려고 한다.

9시 26분에 츨랫폼에 도착했는데 33분 열차가 완행이고 38분 열차가 급행이다. 23분 완행열차를 탔으면 38분 급행보다 빨리 갈 수 있었겠지만 그러지는 못했다. 난 33분 열차를 타봐야 손해이므로 38분 열차를 12분 동안 기다린다.

물론 23분 완행이 떠난 이후 15분 동안 나와 같은 사람이 계속 누적되므로 역에는 급행을 기다리는 사람이 매우 많다. 게다가 이 역 뿐만 아니라 모든 급행역마다 이런 사람이 계속 쌓이고 있을 것이다.

38분 급행열차가 도착하면 난 만원 열차를 타고 그 안에서 대부분의 승차 시간을 보내다가 가양역에서 내린다. 그리고 완행 열차를 갈아타고 바로 전 역인 증미역으로 간다. 난 마지막에 한 정거장만 완행열차를 이용했다.

그러나 만약 33분 열차가 급행이었다면 난 38분 열차보다 5분 일찍 가양역에 도착했을 것이다. 인구밀도는 더 낮은 열차였을 게다.

근데 완행열차의 수가 줄어들어 증미역에 정차하는 열차가 드문드문 온다면 도착시간이 원래의 경우와 같아질 수 있다. 이 경우 좀 더 한산한 급행열차를 탈 수 있다는 것을 빼면 시간적으로는 이득이 없다.

하지만 출발역에서 12분을 기다리는 것과 도착역에서 12분을 기다리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왜냐하면 난 그냥 나가서 버스를 갈아타면 되기 때문이다. 한 정거장 정도는 걸을 수도 있다.

반면에 출발역에서 12분을 기다린다면 난 병목을 가중시키고 인구 밀도를 높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

상당수의 승객이 이 과정을 겪을 테니 급행열차를 늘여서 병목 현상이 해소되는 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집에 오는 동안 이 부분에 개선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 했다.
배차 간격을 잘 조절하면 급행열차의 운행 횟수를 더 늘이고도
분명 완행열차와 간격이 잘 맞는 운행시간표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왜!! 그렇게 안하는 걸까..


어찌되었든 9호선 개통은 전반적으로 꽤나 만족스럽다.
우선 깨끗해서 좋고 교통이 불편하던 지역에 오작교처럼 고마운 길을 내어주어 기쁘다.
역이 넓어 관리가 잘 된다면 휴식공간으로도 좋을 듯하다.
요즘엔 지하철역이 문화공간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으니 도시 공간 활용의 좋은 형태를 보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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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9호선 개통.
나에겐 상당히 고마운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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