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박물관은 상당히 잘 되어 있었다.
우선 유물이 상당히 많았다.
몇 점 안되는 전시물을 보려고 돌아다니면 피곤하기만 한데
이곳은 경주라는 특성상 곳곳이 유물이니 박물관에도 전시된 게 꽤 많다.
하여 볼거리도 풍부했고 더군나나 내가 아는 유물도 많았다.
어딘가에서 들어본 것을 직접 본다는 게 재미를 더 느끼게 하는 듯하다.
어릴 때 이런 걸 알았더라면 역사에 흥미가 붙었을텐데.. 크 아쉽다.
한자리에서 국사책에 나오는 유물을 수십 점이나 동시에 볼 수 있다니
역시 경주는 천년고도다.
그래도 신라하면 역시 이 얼굴이다. 아니 한국사 전체를 대표하는 얼굴이다.
아아 이 벅찬 감격. 보자마자 반갑고 기뻤다. 역사에 대해 없던 관심마저 생기는 미소다.
그래, 우리나라 역사 교육은 잘못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게 산 교육인데.
이곳에서 만족한 또다른 이유는
다른 곳에서 받은 실망감을 조금은 진정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바로 이 것.
모형이라도 보고 가니 그나마 다행이다. 고맙다 박물관.
내가 여기서 경주를 모두 맛보고 가는구나. 캬.
뭐, 박물관이므로 관람에 내용이 있지는 않다. 쭉 보는 거니까.
근데 이게 또 나름 재미가 있다.
4천원짜리 석굴암보다 공짜 박물관이 4천배쯤 더 감흥이 컸다.
박물관은 고고관, 미술관, 안압지관, 특별전시관, 야외전시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고고관, 미술관, 안압지관은 정기적인 전시를 하는 건물인 것 같고
야외전시장도 꽤 괜찮다. 신경을 쓴 게 느껴진다.
그냥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구성한 것이라면 이 정도까지 만들진 않았을 게다.
석가탑과 다보탑 모형도 있고 바깥쪽에는 에밀레종도 있다.
특별전시관에서는 사천왕사 전시를 하고 있었다.
사천왕사지에서 발굴된 유물도 생각보다 상당히 많았다.
경주박물관에서 새로 알게 된 것은 치미다.
전시물 중에 눈길을 끄는 치미가 있었기 때문에 유심히 보게 된 것인데
이게 또 처음 알게된 것이다보니 재미가 생겼다.
그리고 또 눈길을 끄는 건 불상이다.
신라면 역시 (매운 국물 말고) 불상이 제격이다.
그 중 가장 관심이 간 건 약사불이다.
약사불상은 약통을 들고 있는 것으로 표현되는데 안타깝게도 손은 빠져있었다.
어떻게 손만 쏙 뺐을까. 분명 탈착식이다. ^^;;
약사여래는 모든 병을 고치다고 하는데
친구 중에 몸이 좀 아픈 친구가 있어 보내줄까 했다.
그런데 바보짓 할 뻔했다. 아뿔사 교회에 다니지. ㅋㅋ
이외에도 여기저기 볼거리는 매우 많다.
사진을 못 찍어온 것이 많지만 사실 꼭 찍어야 할 필요는 없다.
유물은 모양이 예뻐서 보는 게 아니라 담겨진 내용 때문에 보는 거니까.
이렇게 많으면 굳이 사리를 추가할 필요가 없겠다.
그리고 신원이 불명확한 날아다니는 것들.
6시가 되어 박물관 폐관을 알리는 방송이 나올 때
우리는 딱 맞춰 관람을 끝낸 뒤였다. 나이스샷!
그리고 박물관을 빠져나와 안압지로 자리를 옮겼다.
아직도 남은 코스가 많다. 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