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나와 명동을 향해 위풍당당 걷고 있었는데
남대문 앞에서 여리형이 갑자기 우뚝 멈춰섰다.

이 영감님이 무슨 영감을 얻은 모양이다.
도시 회사의 풍경을 가슴 깊이 느끼게 하는 구도를 발견한 듯하다.
그리고는 사진을 찍고 싶어서 어린애 사탕 보듯 허공을 바라본다.

허나 안타깝게도 어제 그의 여자친구가 메모리카드를 빼버리고는 다시 꽂아놓지 않았다.
여리형이 지금 어께에 매고 있는건 그저 인생의 무게일 뿐이다. 총알 없는 총이지.

그래서 나보고 자꾸 찍으라고 한다.
하지만 난 아직 사진에 감정을 담아낼만큼 기술이 좋지는 못하다.
그래도 찍었다. 난 말잘듣는 차가운 도시 남자니까. 하지만 내 여자에겐 따뜻하겠지. (조석은 천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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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난 아직 잘 모르겠다. 그의 깊은 뜻을.
역시 예술은 느낌을 아는 사람만이 담아낼 수 있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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