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기 전에 몸이 으슬으슬하였다.
따뜻하게 푹 자고 나면 괜찮겠지 하여 전기매트를 뜨겁게 해두고
샌드위치 속을 채우듯 정성스럽게 이불 속 정가운데에 누웠다.

몸이 점점 따뜻해졌다.
뜨거워졌다.

잠이 깨었다. 여전히 몸이 뜨거웠다.
전기매트를 껐다. 여전히 몸이 뜨거웠다.
이불 밖으로 나왔다. 추웠다.

이런 감기구나.

나는 따뜻한 것이 마시고 싶었다.
처음에는 커피를 마시려고 전기포트에 물을 데웠다.
그러나 커피를 내리는데는 수고가 너무 많이 든다.

마음을 바꿨다.
요행히도 타조 블랙티 티백 한 개가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곧 차를 끓였다. 그러고나니 또다른 생각이 들었다.
난 커피에서 차로 장르를 전환했다.
이젠 그럴바엔 병이 시작된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냈다. 블랙티 라떼다.
라떼라는 이름을 붙이니 왠지 고급스러워졌다.
된장남이 된 듯하여 우쭐거리고 싶다. (이때부터다 블로그를 쓰고 싶어진것은)

블랙티 라떼를 만들고 나니 여기서 그칠 수 없다.
에이스 크래커가 있는 것을 떠올렸다.
에이스 샌드도 있지만 샌드는 라떼와 어울리지 않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래서 이렇게 다과를 즐겼다.
그냥 흑차도 아니고 블랙티 라떼에 크래커라니 굉장하지 않은가.
난 아무래도 거침없이 멋진 도시남자 같다.
이 끓어오르는 멋진 도시 취향 남자의 충만한 감정 놀이를 끓을 수가 없다.
그만큼 이 상황은 멋진 것이다.

게다가 무려 3잔이나 나온다.
스타벅스에서라면 에이스 크래커를 못먹으면서도 12,900원이 든다.
그러니 내가 이겼다. 우후후.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데 매우 충격적인 사실을 다 먹고나서 알았다.
감기엔 녹차가 좋지 않단다. 면역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왜 다 먹고 나서야 알려주는거야. 흙.
하지만 내가 물어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하면 안된다.
왜냐하면 오늘 나는 겨울날의 멋진 도시 남자이니까 내가 잘못한걸로 안했으면 좋겠거든.

요즘 슈야씨가 바쁘다고 좀 살갑지가 않지만
그래도 좋은 지식을 알려줘서 고맙다.
의사 친구가 많아서 이런 걸 다 아는 모양인데
음 어디보자 내 친구들은 뭐하나.
강한 몹을 잡는 법이나 애니 다운 받는 법. 뭐 그런거.
아놔 웃겨. 미실이 자살할때 이 심정이었을까.

어쨌든 오늘 마신 라떼는 굿.
평소에 카페라떼를 종종 만들어 먹긴 하는데 드립 커피로는 한계가 있다.
물로 헹궈내는 것이라 우유랑 섞으면 상황에 따라 비리거나 싱겁다.
근데 티백은 진하게 우러나기 때문에 우유를 대강 섞어도 비린맛이 없어 좋다.
앞으로 종종 잡아먹어주겠다.


Trackbacks  |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