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를 틀어 TV를 보고 있었다. <당신이 궁금한 그 이야기 - 큐브 Cube>
재미난 다큐멘터리다. 난 다큐멘터리가 좋다. 요즘 SBS는 다큐멘터리를 많이 해서 좋다.

소제목이 '푸른 눈의 걸인? 무엇이 그를 행복하게 하는가'였다.
그런데.. 앗 저 할아버지는?!

아인슈타인 할아버지잖아!!!

아인슈타인 할아버지. 내가 만든 이름이다.
우리 동네 거리에서 종종 보이는 외국인 할아버지다. ( http://initialw.tistory.com/226 )
구부정한 허리로 개 한마리를 데리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할아버지.
누가 봐도 측은한 마음이 들만한 할아버지다. 게다가 그 개도 얼마전에 죽은 것 같고..

이 분이 TV에 나온 것이다.
얼마나 궁금한 일인가. 내가 이름까지 붙여드린 할아버지인데.
그래서 바짝 붙어앉아 열심히 보았다.

그런데 이 분이.
이 분이 엄청나게 멀쩡한 분이었다는 것이다!!!!! 아 이 배신감!!!
...이라기보다는 마음에 진 응어리가 풀린듯한 안도감.
아 마음이 편해졌다. 왠지 기분이 좋았다. 참 다행스런 일이다.

6.25 때 우리나라에 온 것은 맞았다.
그러나 국악이 좋아 스스로 돌아가지 앉고 귀화해서 살고 계셨단다.
게다가 연구가였다. 걸인의 분위기에서 느닷없이 연구인이라니. 하긴 소설가 느낌도 왠지 났었다.
무속연구가이자 국악이라는데 태평소도 잘 부신다. 꽤 수준있는 국악인이셨던 모양이다.
성함이 '해의만'이시라는데 영어발음 그대로 차음한 것인 듯하다.
주민등록증도 갖고 계시고 나와 같은 동네에 사시는 동네 주민이었다.

집도 그럴듯하다. 멀쩡한 집을 갖고 계시면서 공부하면서 편하게 지내려 반지하 방을 얻어 살고 계셨다.
이것 저것 주워 가시길래 종이를 주워 모으시는 분인줄 알았더니 그것도 다 취미였고. 허허.

그래도 외국인인데 타지에 와서 행복하지만은 않았을 게다.
할아버지에게서 외로움의 냄새가 나기는 했다.
떠나버린 개 말고도 할아버지의 방에는 많은 친구들이 있었다.
금붕어도 있고 새도 있었다. 모두 누군가 버린 것을 데려와 키운 것이라고 한다.

사실은 한국 국적의 평범한 할아버지이지만
그래도 보는 사람이 측은함을 느꼈다는 건
할아버지가 가질 수 밖에 없는 본질적인 외로움이 있다는 뜻일테니까.

그래도 국악이 좋아 먼 땅에 와서 눌러앉은 그 용기와 의지가 너무나 멋지다.
매번 마음이 안좋았는데 이제 좀 마음이 풀렸다. 이런 배신감은 나쁠 것 없다.
잘 살고 있는 할아버지라서 다행이다.

SBS 큐브 재밌다.
여튼 오늘도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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