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벨즈 싱글벨즈 싱글 올 더 웨이>


12월이다. 당신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 애인이 없기 때문이다. 슬프도다. 지구 온난화와 함께 찾아온 옆구리 냉각화. 이것은 재앙이다.

이제 네이트온에는 노란색보다 회색이 더 많다. 겨울의 색깔이 가득한 12월은... 그렇다. 나가 노는 계절이다. 손을 맞잡을 사람만 있다면 나가야 하는 계절이다. 합법적으로 부둥켜 안는 계절이다. 당.신.만. 빼.고.

그러나 염려를 놓으라.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존재 가치가 있는 법이다. 싱글도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다. 당신도 내팽겨쳐질 이유가 없다. 돼지 내장도 순대국의 주인공이 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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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1일 화요일. 한 싱글 남자의 연말 준비.

당신의 친구에게는 말 못할 고민이 있다. 당신은 친구를 아끼는 마음씨 좋은 싱.글. 아닌가. (훗.) 그러니 오늘은 친구를 돌보아야 한다. 그의 걱정은 애인에게 줄 선물에서 비롯한다. 싱글인 당신도 그쯤은 안다. 특별한 날이 되면 겪게 되는 극심한 스트레스. 무엇을 주어야 그녀의 표정이 썩지 않을까. 매번 주는 선물인데도 매번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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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바로 여기에 당신의 자리가 비어있다. 당신의 친구는 남자이므로 물건을 구경하고 있을때 다가오는 종업원을 두려워한다. 그렇다. 오늘 하루는 할 일이 생겼다. 선물을 고르는데 동행해주는 것으로 많은 것을 얻게 될 것이다. 우선 전우애를 나눈 대가로 사소한 커피 한 잔쯤 보급품으로 지급받을 수도 있다.

허나 당신이 나선 목적은 다른 곳에 있다. 크리스마스 카드 재료를 사자. 이것이 당신의 오늘 할 일이다. 카드는 직접 만들면 (볼품은 없겠지만 그래도) 비용이 적게든다. 당신이 노동력을 지불한 댓가이다. 어차피 시간은 많지 않은가. 잘했다. 당신은 주위 사람에게 요즘 할 일이 별로 없는 싱글이지만 그래도 알고보면 섬세한 남자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방금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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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열심히 선물을 고르고 있는 저 친구의 애인에게도 당신과 같은 싱글 친구가 있다는 것이다. 당신이 오늘 친구를 따라 나선 진짜 이유이다. 어디서든 말만 꺼내면 소개팅 얘기가 나오는 대목 시즌이다. 그와 그녀가 당신의 이름을 몇 번만 주고 받게 만들면 된다. 그것으로 오늘 할 일은 땡.끝.

하지만 잘 계산하는 것이 좋다. 직장인 여성들은 친구들과 레지던스를 잡고 파티를 하기도 한다. 이것은 당신에게 매우 유리하다. 어찌되었든 이 커플이 싱글 남자와 싱글 여자를 동시에 발견하도록 만들어주니까. 그러나 올해 크리스마스는 금요일이다. 상황에 따라 크리스마스는 연인과 보내고 친구들과의 파티를 이후에 하는 경우도 있다. 그것은 당신에게 그리 좋지 못하다. 미안하지만 대목이 지나면 당신은 그들에게서 쉽사리 잊혀진다.



12월 22일 수요일. 한 싱글 여자의 계획 세우기.

여기저기서 분주하다. 연말이 되면 괜히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리고 눈이 내릴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면 괜히 하늘도 바라본다. 그러나 A SKY. (안 생겨요). 하늘은 아무리 봐야 아무것도 안 생긴다.

당신은 쿨하게 싱글이라는 것에 조바심도 느끼지 않는다. (그러니까 안 생겨요.) 그러나 허전함은 느낀다. (최악이다.) 그래서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알차게 보낼지를 계획한다. 멋진 계획이 있다. 친구들과 공연을 볼 계획이다. 커피와 함께 맛있는 와플도 먹는 것이 좋겠다. 어찌되었든 밖에 나가서 멋드러지게 시간을 보내고 들어올 것이다.

그러나 천만에. 크나큰 실수다. 크리스마스에는 크리스플레이션(Christmas Inflation)이 발생한다. 모든 가격은 어제보다 3배 비싸고 사람은 4배 많다. 그리고 어차피 당신이 하려는 것은 지난달에도 친구들과 했던 것이다. 게다가 그땐 훨씬 더 싼 가격이었다. 그리고 거리마다 유희열님의 복음이 울려퍼질 것이다. 그래봐야 안 생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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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기엔 계획을 수정하는 것이 좋다. 지금 거리에는 커플이 없다. 모두 크리스마스에 약속을 잡았기 때문에 오늘은 따로 보낸다. 게다가 오늘은 가격도 비수기다. 와플도 오늘 먹고 공연도 오늘 보는 것이 어떨까. 조금 이른감이 있지만 송년회를 지금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어쨌든 오늘은 친구들을 만나자. (‘친구’가 아니라 ‘친구들’이다.) 물론 크리스마스에 남자친구를 만나려는 커플 친구도 포함해서 말이다.

그리고 친구들이 모이면 수다가 시작된다. 짝이 있는 친구는 꼭 남자친구 얘기를 잠깐이라도 꺼내고야 만다. 그리고 내가 장담한다. 당신은 의지와 상관없이 괜찮은 남자 없느냐며 화제를 돌릴 것이다. 잘했다. 당신은 오늘 할 일을 다했다.

어제 어느 남자에게도 귀뜸한 얘기지만 대목이 지나면 당신은 커플들의 기억에서 잊혀진다. 그러나 오늘 당신의 존재를 인식시켰으므로 어떤 싱글 남자의 얘기가 나올 때 당신의 친구는 자연스럽게 당신을 떠올릴 것이다. 어쩌면 당신은 이 친구를 통해 어제 내가 귀뜸을 했다던 그 남자와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될지도 모른다.

좋다. 모든게 잘 풀리고 있다. 당신은 크리스마스 외출을 이틀 앞당김으로서 지출을 꽤 줄였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소개팅에 나가 저녁을 얻어먹는다면 커피쯤은 당신이 사도록 하자. 당신에게 특별한 하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그 남자는 당신과 또 만나는 것에 부담을 느끼지 않게 될 것이다.



12월 23일 수요일. 어떤 남녀의 하루.

당신이 지난 이틀간 꾸민 일을 그 한 친구에게만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당신이 똑똑한 사람이라면 절대 그랬을 리 없다. 그러니 오늘쯤은 뭔가 결과가 나와야 마땅하다. 아니나 다를까. 발신자 표시가 없었다면 누군지 알아내기 위해 한참을 고생했을 친구의 낯선 목소리의 유난히 반갑게 들린다. ‘소개팅 안 할래?’

물어라. 덥.썩. 그러나 부탁이 하나 있다.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는 따지지 말자. 아무리 뭐라도 맥컬리나 브루스보다는 낫지 않은가. 그 사람은 적어도 한가지 은총은 내려줄 것이다. 당신을 더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그것. 크리스마스인데도 머리 감기.

이제 할일이 생겼다. 어서 컴퓨터를 켜야 한다. 그러나 걱정하지 말자. 건어물녀나 초식남인 당신의 컴퓨터는 아마도 이미 켜져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 잘 나온 사진으로 미니홈피나 블로그를 채워야 한다. 검색이 될 수 있도록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개념이다. 시간이 꽤 걸리는 일이지만 고생이라고 생각하지는 말자. 자기소개서를 쓰는 일과 같다. 이번에 안되면 다음에 재활용하게 되는 컨텐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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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컴퓨터 앞에서 해야할 일이 또있다. 내일은 어딜가나 한참 줄을 서야 하는 짜증나는 날이다. 갈만한 곳은 이미 예약이 다 차 있을 것이다. 평소보다 웹서핑을 두배는 더해야 내일의 짜증을 줄일 수 있다.

다 했으면 오늘은 일찍 자자. 내일 무슨 옷을 입을지만 생각하고 곧장 자면 된다. 다 골랐는가. 그런데 도대체 옷이 몇벌이나 되길래!? 시계를 보니 2시다.



12월 24일 목요일. 바로 그날.

오늘 하는 소개팅은 성공 확률이 다른 날의 3배쯤 된다. 물론 서명 후에 날아오는 문자에 찍히는 액수도 3배가 되겠지만 까짓 그 정도가 아까우랴.

그러나 분위기 있는 커피숍은 피하는 것이 좋다. 다들 나란히 앉아 있는데 당신만 마주보고 앉아 있을 것이다. 용적률을 높이기 위해 테이블을 바짝 붙여 놓은 주인 아저씨 덕분에 서로 존대하며 대화하는 것마저 옆자리에 들킨다. 유난히 소개팅 하는 것이 티나는 날이다. 나쁜짓을 하는 것도 아닌데 자꾸 옆테이블의 모르는 사람에게 부끄럽다.

이날은 어딜가나 줄을 서야 한다. 센스로 줄넘기쯤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뭐라도 미리 예약을 해뒀겠지만 사실 이번주에 예약 가능한 곳은 거의 없다. 이런 때 가장 좋은 방법은 프랜차이즈를 이용하는 것이다. 빈스빈스라거나 커피빈이라면 분위기도 나쁘지 않으면서 크리스마스 이브인데도 생각보다 회전률이 빠르다. (좀 더 쓸모있는 조언을 하자면 숙박업소 주위의 테이크아웃 커피점은 회전률이 두배쯤 더 빠르다.)

자, 이제 소개팅의 결과는 당신이 할 양이다. 마음껏 매력을 발산해보자. 경박하지 않지만 경쾌하고 세련되며 여유롭게. 다만 자신감은 당신의 겉보기 등급에 맞추어 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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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5일 금요일. 이미 끝.

오늘은 성당이나 교회에 가는 날이다. 그냥 쉬고 아무것도 신경쓰지 말자. 지금 밖에 돌아다니는 사람은 어제 집에 안 들어간 연인이거나 크리스마스와 상관없이 원래 오늘 약속이 있는 사람이다. 오늘은 특별한 날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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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 크리스마스 공연 정보.
2009 컬투쇼 미친 크리스마스. 12/24 ~ 12/31. 코엑스 대서양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12월. 샤롯데씨어터.
유키구라모토와 친구들. 12/25.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노영심의 크리스마스 선물. 12/23 ~ 12/26. 예술의 전당 자유 소극장.
이승철 크리스마스 콘서트. 12/24 ~ 12/27. 잠실실내체육관.
SG워너비 59번가의 기적. 12/30 ~ 12/30.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아아- 많다. 그러나 남의 말 믿지 말고 알아서 찾아 노시길.



Trackbacks  1 | Comments 
permalink 즐쏭
2009.12.03 09:43 댓글에 댓글수정/삭제
왠지 저 크리스마스 공연에 갔다가
집에 못돌아갈 것 같네요 =ㅁ=;
사람에 치여서

그저 이런 날에는 집이 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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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3 16:05 신고 수정/삭제
맞아요. 저도 크리스마스에는 집에 있어야 한다는 주의!!
permalink Favicon of http://sweetcha.com BlogIcon 차차
2009.12.04 10:53 댓글에 댓글수정/삭제
여리몽 없이도 척척 혼자 잘하네~ 그림도 그리고 ~
촘 멋진데 !
Favicon of https://initialw.tistory.com BlogIcon 케이_
2009.12.04 12:31 신고 수정/삭제
내가 촘 멋지잖아. 알면서 ㅋㅋ